[비즈 人] "평상복 같은 등산복… 市場 둔화에도 20% 성장"

"고정 고객층을 늘리고 평상복 느낌을 주는 아웃도어 의류로 승부하는 전략이 적중했습니다. '산(山)에만 머무르지 않고 산에서 내려온 것'이 고객들에게 통하고 있는 겁니다."

내수(內需) 불황의 여파로 최근 성장세가 둔화된 아웃도어 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20% 넘게 고속 성장하는 아웃도어 기업 밀레 한철호(55) 사장의 말이다. 그는 "등산뿐 아니라 평상복으로 입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디자인과 색상을 가진 제품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정 고객' 확보 및 확산에도 열심이다. 2012년 5월 시작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 산행하는 '명산(名山) 16좌 원정대'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한 사장은 "첫 행사 참가자는 1000여명이었지만 올 6월에는 3000명이 몰렸다"며 "밀레의 포인트 카드를 가진 회원은 2012년 25만명에서 이달 현재 72만명으로 1년 반 사이 190% 늘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2012년 208개이던 전국 대리점을 287개로 40% 정도 늘리는 공격 경영도 펼쳤다. 2012년에 전무(全無)했던 330㎡(약 100평) 이상 대형 매장을 30개나 만들었다. "비수도권 지역의 대형 밀레 매장은 그 지역 패션을 좌지우지할 정도입니다."

그는 "매년 40~50%씩 성장하던 아웃도어 시장이 최근 주춤하고 있지만 시장 성장이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다"며 낙관론을 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기능성 의류를 찾기 시작한 소비자의 취향이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레이닝복 입고 동네 마실 다니던 분들이 이제 아웃도어 입고 다니잖아요. 편한 데다가 땀이 빨리 마르고 비가 와도 속은 안 젖는 등 좋기 때문입니다. 이제 아웃도어는 등산복이라는 뜻이 아니라 실내(indoor)가 아닌 밖에서 입는 옷을 뜻합니다."

둘째 이유는 한국이 등산에 천혜(天惠)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100만명 이상이 사는 대도시에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30분만 가면 산을 탈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했다. 환경 보전을 중시하고 자연을 즐기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 등산 인구가 줄어들 가능성이 적은 것도 강점이다.

그는 "곳곳에 둘레길이 생기는 데서 보듯 등산은 한국인에 딱 맞는 스포츠이자 여가 문화"라며 "스포츠 브랜드나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 등 다른 의류 업종을 경쟁 상대로 삼고 배전(倍前)의 노력을 쏟겠다"고 말했다.

한국외대를 졸업한 한 사장은 해운 회사에 다니다가 1987년 밀레의 전신(前身)인 한고상사에 들어갔다. 그의 부모가 1966년 세운 한고상사는 등산용 양말 1위 업체였으나 1986년 당시 매출이 3억원이었다. 부친이 1985년 세상을 떠나 어머니 혼자 공장을 운영할 때 입사한 그는 "1t 트럭을 몰고 수금하는 일부터 배웠다"고 했다. 밀레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5000억원이다. 회사를 맡은 지 27년 만에 1600배 정도 키운 셈이다.

1990년대 말부터 프랑스 라푸마그룹 밀레에 로열티를 내고 물건을 판매하던 그는 2009년 한국 판권을 100억원에 사들였다. "처음에 한국 밀레와 밀레 본사는 지점과 본점의 관계였지만 지금은 대등한 파트너 관계입니다. 우리가 만든 디자인을 갖고 밀레 본사가 만들어 성공한 제품도 많아요."

한 사장은 "한국 밀레의 매출액이 한국을 제외한 세계 25개국의 밀레 매출과 비슷하다"며 "자체 브랜드인 엠리밋(mlimited)이든, 다른 해외 브랜드를 인수하든 해외에 꼭 진출해 글로벌 아웃도어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