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정원

우리나라는 장애인을 위한 인식도 그들을 위한 시설도 취약하다. 영국의 Disabled People's Garden이라는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몸이 불편한 연세 지긋한 노인들, 일반인들도 함께 할 수 있는 정원. 따로 하는 것이 아닌 함께하는 정원을 보았다. 우리도 함께하는 그리고 함께 즐기는 정원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영국의 8월은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긴 하지만 정원일을 하는데 안성맞춤이다.

햇빛을 한 몸에 받아 탐스러운 열매를 맺거나 화려한 꽃을 뽐내는 식물들이 정원을 가득 메워주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빠질 수 없는 우중충한 날씨보다 여름엔 가끔씩 예기치 않고 내려주는 소나기가 정원 여행에서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 준다. 촉촉하게 젖은 싱그러운 초록 잎들은 나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이런 좋은 경험들을 모든 사람이 느낄 수 있을까? 정원을 만들고 가꾸고 즐기는 것이 일반사람들에게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닐지 모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내 몸이 건강하고 자유로웠을 땐 그저 무심하게 지나쳐 버리고 생각지 못하는 것들이었지만 임신을 했을 때 혹은 아이를 데리고 정원 여행을 할 때 직접 경험 해 보니 어떤 것들이 불편했고 또는 필요한 것들인지 알 수 있었다. 다리가 불편하거나 걷는 것이 힘든 노인 분들은 얼마나 힘이 들까 생각을 하니 정원에 만들어 놓은 의자나 계단, 슬로프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영국의 정원에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시설이 잘 되어 있다.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정원을 보면 휠체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Disabled People'을 위한 길이 있다. ’Disabled people' 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장애인들을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 즉, 노인부터 임산부 등 일반인들처럼 활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모두 통틀어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누어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편견 혹은 차별을 만들 수 있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르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 조금의 배려가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영국에서 생활을 하면서 휠체어를 탄 사람 혹은 장애인 전동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것은 사람들의 차별 어린 시선보다는 배려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주는 것을 생활화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모든 버스는 유모차나 휠체어가 편하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높낮이가 조절되고 이런 경우 시간이 조금 지체되더라도 기다려주는 시민의식이 있기 때문에 가능 하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 자가용 없이 유모차만 끌고 시내를 편하게 다니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장애인용 버스들이 생기긴 했지만 아직 모든 버스가 그렇지는 못하고 유모차를 들고 탄다고 하더라도 짐을 챙겨 버스를 탈 동안 여유롭게 기다려줄 버스가 몇이나 될까. 모든 것이 너무 느린 영국에서 단 하나 부러운 점이 있다면 아마 이런 사람들의 여유로움일 것이다.

영국사람들의 세심한 배려는 정원에서도 잘 나타난다. 정원 여행을 하면서 어떤 식물이 얼마나 아름답게 디자인 되어있을까 하는 것도 물론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이지만 각각의 다른 정원들이 어떤 시설물들을 만들어 놓았을까 하는 것도 또 하나의 관심사이다.

표지판부터 길의 재질까지 그저 쉽게 만들어진 정원은 없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제일 필요로 하는 ‘길’을 편하게 만들었다. 경사가 높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넓게 만들어 주어 휠체어를 탄 사람이나 거동이 느린 사람이 자신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정원을 즐기게 만들어 준다. 영국 콘웰 지역에 있는 Eden project 정원은 이런 시설물들을 잘 만든 정원 중에 하나이다. 정원을 통한 아이들의 교육을 우선적으로 생각한 이 정원은 입구에서부터 정원으로 가는 길을 쉽고 편한 길과 짧지만 힘들게 하는 길 등 다양한 길을 만들어 ‘장애인이 가는 길’ 이 아닌 ‘모두가 갈 수 있는 길‘이란 것을 알려준다.

모두가 이용하는 길 중에 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조금 멀지만 쉬운 길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장애인이 배척해야 하는 존재가 아닌 같이 공존해서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것을 배운다.

일반적인 정원에 ‘Disabled people’이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시설물을 만든 곳도 있지만 직접 가꾸고 디자인 할 수 있게 만들어진 정원도 있다.

‘The Green Circle Garden’이라고 하는 정원은 휠체어를 탄 사람이 손을 뻗을 수 있는 각도와 높이를 생각하여 만든 화분을 원형으로 돌려 만들어 놓은 정원이다. 이는 가드닝을 통한 심리치료의 목적으로 만들 수도 있으며 나이가 든 노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요양병원이나 종합병원의 옥상 등에 정원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노인을 위한 정원, 장애인을 위한 정원 등 어떤 테마를 가진 정원이든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우선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원은 자연 그대로가 아닌 사람이 만든 공간이기 때문이다. 편하고 즐겁게 정원을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좋은 정원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차별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정원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디자인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료제공·월간 가든인 031-712-7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