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트랙 위의 황새, 닭을 쫓다

늙은 닭과 황새가 트랙을 돈다. 늙은 닭은 아디다스를, 겅중겅중 다리가 긴 황새는 나이키를 신는다. 트랙의 양단에 축구 골대가 놓여 있다. 늙은 닭은 체인이 출렁거리는 자전거같이 발을 뗀다. 늙은 닭의 드럼스틱은 너무 무겁다. 벌써 황새는 골대를 굽이친다. 파드득파드득 날갯짓을 부리를 꽉 다물고 무거운 다리로 쫓아가 본다

끼이이익. 세상은 만화 같다. 황새가 트랙 밖으로 튀어 나가고 있다. 긴 컴퍼스를 쩍 쩍 내저으며 달리던 황새는 운동화 바닥이 말랑말랑하다. 쿠션은 좋은 데 트랙의 곡선부에서 그립력이 떨어진다. 황새를 나는게 아니라 달리는 거였다. 달리는 짐승은 역시 발 모양이나 재질이 중요하다.

내가 4주째 달리는 중학교의 운동장은 그 흔한 인조잔디가 아니다. 비가 오면 반동력이 생기기에는 축축하고, 날이 좋으면 미끄러운 특징을 지니는 모래다. 지난 며칠간 내린 비에 모래 운동장이 패였고, 트랙을 구성하는 플라스틱이 부서져 있기도 했다.

늙은 닭의 신발은 바닥이 딱딱해 쌈닭처럼 모래를 콕콕 쪼며 정확한 회전을 그린다. 늙은 닭은 날갯죽지를 힘차게 앞뒤로 흔든다. 원심력에 1등을 잘하게 생긴 황새가 더 가속을 하기 전에 늙은 닭은 뒤늦게 과체중을 다리에 싣는다. 단거리는 체중이 나가면 가속에 유리하다.

모처럼 통증이 사라졌다. 경골(정강이뼈)부터 아프기 시작해 대퇴사두근도 통증이 심했고, 장경인대라는 부분도 웹을 뒤지며 알게 되었다. 계단을 오르며 통증이 다소 심한 것을 알게 되었다. 장경인대는 자전거 라이딩에도 크게 고통을 당한 부분이기도 했다. 100km를 넘게 달리면서도 참고 라이딩을 하다 보니 어느새 통증이 심해 자전거 고수에게 물어보았다. 그 고수가 안장에 올라보라 하고는, 페달링을 유심히 보더니 안장을 높게 조정해 주었다.

안장부터 페달의 회전 중심까지가 다리보다 짧으면 장경인대에 심한 통증을 발생하는 것을 그때 알았다. 고통을 통해 증상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정확한 명칭을 알게 된 것은 온라인 마라톤 웹사이트였다. 장거리를 달리는 러너에게 통증은 심각한 것 같다.

달리기에 쓰이는 근육은 폭포같이 수직으로 늘어져 있다. 단방향으로 체중을 계속 이동하는 근육들은 오케스트라 같다. 에너지의 리드미컬한 폭발력의 조합도 아주 단순한 경제력과 편안함의 상징인 신발이 노면을 장악하지 못하면 물리학적 법칙이 개입해 온다. 러너를 트랙 밖으로 여지없이 내동댕이쳐진다.

달리기에 쓰이는 근육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상반신의 복근이나 어깨 부분의 근육까지도 러너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체내 장기로 돌던 피 일부도 달릴 때에는 근육으로 쓰나미같이 흘러간다고 한다. 쥐똥만한 불꽃놀이를 해왔다. 마라톤은 들불 같다. 늙은 닭의 근육 속에서 잔잔히 불이 타오르면 그 눈동자 속에서 여명이 같이 밝아오며 닭은 오늘도 모래밭을 하얀 띠를 쫓아 뛰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