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사과 안하는 아베, 정치해서는 안될 사람"

"나도 너도 피차 이용하는 관계일 뿐이여. 의리랄 것도, 인정이랄 것도 �제."

도박 중독인 니노미야는 건설 하도급이나 공사 중에 생기는 트러블을 해결하는 자칭 '컨설턴트', 구와바라는 돈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삼류 야쿠자다. 정의감이라곤 없이 시종일관 계산적인 데다 서로를 역병(疫病) 같은 존재로 여기는 이 찌질한 콤비가 요즘 일본에서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다.

'나오키상' 올해의 수상작인 '파문'의 두 주인공. 나오키상은 아쿠타가와상과 더불어 일본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다. 작가 구로카와 히로유키(66)는 스릴러의 세계적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가 "내가 유일하게 라이벌로 여기는 작가"로 평하는 하드보일드의 대가다.

그가 처음 한국 독자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선보인다. 최근 한국어로 번역 출간된 '니노미야 기획사무소'(엔트리)는 일명 '니노미야 시리즈'로 불리는 코믹 누아르의 첫 작품. 수상작 '파문'은 니노미야 시리즈의 다섯 번째 속편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에 이어 스릴러 작가로는 두 번째로 나오키상을 거머쥔 그를 오사카에서 만났다.

―여섯 번 도전 끝에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또 떨어지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걱정이 많았다. 하하!"

―시상식 인터뷰를 보니 상금 가지고 마카오로 가야겠다고 했더라.

"도박을 좋아한다. 따는 일은 거의 없지만. 아내도 마작하다 만났다."

540쪽에 달하는 장편 '니노미야 기획사무소'(원제 역병신)는 외모와 성격, 출신이 180도 다른 두 남자가 폐기물 처리장 유치 사업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액션 활극이다. 협박과 고문이 난무하는 누아르지만 얻어터지는 순간에도 폭소가 터지는 블랙코미디다.

―머리를 쓰는 니노미야, 몸을 쓰는 구와바라의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실제 모델이 있나.

"실존 인물은 상상력에 방해가 될 뿐이다. 그저 일반인과 야쿠자란 콤비가 재미있을 것 같았다."

―'뼛속까지 건달인' 구와바라의 걸직한 오사카 사투리를 한국판에서는 전라도 방언으로 구현했다. 구와바라를 '오사카적인' 사람이라고 표현했던데 오사카적인 게 뭔가.

"오사카 사람들의 화법은 직구가 아니라 변화구다. 상대 앞에서 잘난 척하기보다 남을 웃기려는 문화가 강하다. 자학 개그도 서슴지 않는다. 오사카는 상인들의 도시였다. 협상 문화가 발달했다. 나쁘게 말하면 교활하고, 좋게 말하면 유연하다.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한다."

니노미야 시리즈는 '니노미야 기획사무소'를 시작으로 '국경' '암초' '땅강아지' '파문'으로 이어진다. 구로카와는 그중 북한을 배경으로 쓴 '국경'을 가장 아꼈다. "소설을 쓰기 위해 북한에 두 번 들어갔다. 평양에 한 번, 나진·선봉지구에 한 번. 행인들 얼굴에 웃음이 없더라. 신호등 대신 경찰관이 두 팔로 교통 통제를 했다. 남자든 여자든 체구가 작았다. 군인들은 방석처럼 둥근 모자를 쓰고 있어 더 작아 보였다. 나진·선봉에 갈 땐 '국경'이 연재를 시작했을 때라 겁이 났다. 소설에서 김정일을 펀치파마, 파마한 돼지라고 표현한 탓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구로카와의 최고 강점이 '리얼리티'에 있다고 했다. 그만큼 취재를 폭넓고 치밀하게 한다. 전직 고등학교 미술 교사였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20대 후반 1년에 300권씩 미스터리 소설을 읽은' 게 그의 인생을 바꿨다. "5년 정도 읽으니 나도 쓸 수 있겠다 싶더라. 첫 작품이 '산토리 미스터리 대상'에서 가작을 받으면서 희망을 보았다(웃음)."

―'용의자 X의 헌신'으로 한국에도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가 당신을 유일한 라이벌이라고 했다.

"무명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다. 같은 오사카 사람이라 문화와 사고방식이 비슷하다. 게이고는 자기가 얻은 소재를 어떻게 요리하면 소설적 재미가 최고조에 달하는지 잘 아는 사람이다."

―'니노미야 기획사무소'는 정치인과 기업, 야쿠자가 엮인 조직적 비리를 파헤쳐 가는 작품이다. 요즘 한국도 관료와 기업의 유착문제로 시끄럽다.

"나는 기본적으로 정치인을 야쿠자와 비슷한 종류의 인간으로 본다. 오사카적 반골 기질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아베 신조 총리는 어떤가.

"울트라 우익이지. 일본엔 아버지·할아버지 덕분에 정치인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베는 정치를 하면 안 되었을 사람이다.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것만 봐도 그는 머리가 나쁘다.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