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손길로… 가장 낮은 곳을 보듬다

그들은 제대로 걷기도 힘들고, 두개골이 움푹 파이고, 몸을 가누기도 힘들고, 목뼈부터 꼬리뼈까지 하나로 굳어 움직이기 버거운 사람들이었다. 세상은 그들을 중증(重症) 장애인이라 부른다. 그래서 가족에게도 버려진 경우가 허다하다. '그'와 마주한 그들은 한없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더 기뻐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그',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이었다. 16일 오후 5시 30분 현재 55시간째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교황이 그렇게 기뻐한 적은 처음이었다. 가장 낮고 소외된 사람들 사이에서다.

그 누가 이렇게 모두에게 행복한 표정을 짓게 할 수 있을까.

이념과 종교, 빈부(貧富), 지역을 넘어 우리 모두에게 사랑과 평화, 희망의 100시간을 선물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18일) 한국을 떠난다. 교황은 18일 오전 9시 45분 서울 명동성당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마지막으로 4박5일, 100시간 가까운 한국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1시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한다. 명동성당 미사엔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맨 앞줄에 앉아 교황과 만날 예정이다. 도착 첫날 청와대 연설부터 한반도 평화를 거듭 강조한 교황이 18일 미사에서도 특별한 메시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롬바르디 대변인이 밝혀 어떤 내용이 될지 주목된다.

교황은 16일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 천주교 순교자 124명을 복자(福者)로 선포했고, 17일 오후엔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서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하면서 잠들지 말고 깨어서 희망과 윤리적인 덕(德), 사랑으로 무장하라고 권했다. 교황은 자신의 한국 방문 양대 메인 행사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올해 만 78세 고령(高齡)의 교황은 한국 체류 기간 잠시도 쉴 틈 없이 움직였다. 수많은 한국인을 만났다. 상처 입은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에겐 서슴없이 다가가 꼭 껴안았다. 아기들을 만나면 좋아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주변엔 항상 행복한 미소가 번져나갔다. 우리가 100시간 동안 함께한 이 시대의 '초강력 행복 바이러스 유포자' 프란치스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