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100원씩 받은 게 어느새 천만원… 10만명 십시일반… 나눔 기쁨도 두 배

"한 사람당 100원씩 내서 모은 돈이 1000만원이 됐어요. 10만명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이라 재벌 한 사람이 낸 100억원보다 가치 있게 느껴집니다."

26년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에서 노숙인과 무의탁 노인을 대상으로 배식 봉사를 해온 밥퍼나눔운동본부가 '밥값' 명목으로 100원씩 받은 돈이 1000만원을 돌파했다. 이른바 '자존심 유지비'다. 매일 공짜로 밥을 먹던 한 노숙인이 20년 전에 "'무료 급식'이란 말에 솔직히 자존심이 상한다. 우리도 돈을 내고 밥을 먹고 싶다"며 식사비로 100원씩 내자고 제안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 후 밥퍼나눔운동본부 한쪽에는 찌그러진 냄비 하나가 놓였다. 결식자들이 냄비에 100원을 넣고 식판을 받은 지 20년 만에 1000만원이 모였다.

1988년부터 밥퍼 활동을 주도해온 최일도(57) 목사는 "그나마 100원 낼 형편도 못 되는 분들이 절반에 가깝지만 10원짜리 열 개를 모아 오거나 폐지를 주워서 번 돈으로 어떻게든 100원이라도 내려는 분들이 많다"며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이 낸 돈이 다시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쓰인다는 데서 많은 분이 희망을 얻어간다"고 말했다. 3년 전부터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일해온 이지현(39) 목사는 "1년 내내 여기서 밥을 드셨던 어르신이 크리스마스에 찾아와 '한 해 밥 안 굶게 해줘서 고맙다'며 '적지만 그동안의 밥값'이라며 5만원을 내놓고 가셨다"며 "자존심 유지비 덕분에 나눔의 기쁨도 배가 된다"고 했다.

이렇게 어렵게 모은 기금을 어디에 쓸지 제안한 것도 밥퍼나눔운동본부를 찾아오는 결식자들이었다. '아프리카에서 밥 굶는 아이들을 돕자'는 의견에 힘이 실렸고, 내친김에 학교를 지어주자는 얘기가 나왔다. 자존심 유지비 1000만원은 탄자니아 쿤두치 채석장에서 일하는 아이들 300명을 위한 학교를 짓는 작업에 보탤 예정이다.

최 목사는 "그동안 우리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식사를 해결한 어르신들의 정성이 모여 지구 건너편 아이들을 돕게 됐다"며 "'밥퍼'를 넘어 '꿈퍼' 운동까지 나아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