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드득 비가 내린다. 로알드 달의 어떤 책에 등장하는 구름인간이 정말 있는 걸까? 모래 운동장을 천천히 달리는데 오른쪽 뒤에서 난데없이 쏴 하는 소리가 거칠다. 짐승이 떼로 달려오는 것 같다. 바짝 귀까지 소리가 크다. 고개를 훔? 오른쪽으로 돌렸다. 소나기가 굵게 쏟고 있다.
비가 거미 같다. 윗옷에 젖은 거미줄이 떨어지듯 한다. 어느 날인가 거미줄에 물을 뿌린 적이 있다. 거미줄은 가늘어도 끊어지지 않는다. 옷감의 조직에 촘촘히 묻혀져 몸을 결박하는 거 같다. 옷 따로 흔들리고, 상체 따로 흔들린다.
운동장 한구석에 모래밭이 있다. 이 네모난 밭에도 빗방울은 달의 운석 구멍처럼 푹 파인다. 잘 만들어진 가죽 가방같이 빗방울이 점점이 모래 위에 박혀졌다.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패턴은 여전히 생존의 경쟁지다. 개미들이 등껍질이 딱딱한 날벌레 사체를 하나 건졌나보다. 세 마리가 한 조가 되어 나르고 있다.
풀도 나지 않은 그들의 沙漠에서 이들 세 마리는 검은 순례자다. 먹이를 입에 물고 생존의 터전을 넘고 있었다. 철봉에 핀 박쥐같이 매달린 물방울을 열 개의 손가락을 얹어 털어낸 뒤에 이상한 광경이 눈에 띈다. 먹이가 원점이면 세 마리는 모두 끄는 방향에 몰려 있다. 미는 개미는 없고, 끄는 개미만 있다. 모두가 마부가 아닌 말이었다.
눈에 띄는 개미의 행동 패턴이 하나 더 있다. 세 마리 중 하나가 진행 방향으로 넓게 질주를 하다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반복도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 일종의 숫자 쓰기 같다. 8자다. 어떤 불특정 영역을 이 숫자를 쓰듯 돌고 온다. 한 마리가 더 가세한다. 8자가 마칠 새도 없이 다른 8자가 앞으로 튀어 나간다. 개미도 뛰는 게 팔자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