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10만명… 違憲돼도 3000명(2008년 합헌 판결 이후 유죄 확정)만 족쇄 푼다

위헌(違憲) 논란이 있는 간통죄로 61년간 처벌받은 사람은 10만명이 넘는다. 이 간통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또다시 위헌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2011년 8월 의정부지법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이미 재판관 평의(評議)를 몇 차례 가졌고, 이르면 올해 안에 위헌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헌법재판관들 위헌 의견이 다수

지금까지 헌재는 1990년, 1993년, 2001년, 2008년 등 4차례나 간통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마지막 2008년 결정 때에는 위헌 의견이 5명(위헌 4명, 헌법불합치 1명)이 나왔지만 정족수(6명) 한 명이 부족해 가까스로 합헌이 유지됐다. 그런데 2008년 이후 임명된 지금의 재판관 9명 가운데 7명이 인사청문회 등에서 간통죄에 대해 위헌 의견을 나타내 지금의 재판관들이 결정하는 다섯 번째 결정에선 위헌 선언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많다.

만약 위헌 결정이 내려진다면 1953년 제정된 간통죄로 지금까지 처벌받은 10만명 넘는 간통죄 전과자들이 ▷재심 청구 ▷재심 무죄 판결 ▷무죄를 근거로 형사 보상 신청 등으로 천문학적 예산과 비용, 시간이 들어 대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헌재에 멍석 깔아준 국회"

그런데 이런 혼란을 피하면서 법적 안정성을 지킬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헌재에서 위헌 결정을 한다고 해도 이에 따른 재심 청구 등에 대한 소급 적용을 제한하게 하는 헌법재판소법 47조를 최근에 일부 개정 및 신설했기 때문이다. 헌재법 47조에 '해당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대하여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는 경우에는 그 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는 '3항'이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했다.

예를 들어 A씨는 2007년 5월, B씨는 2010년 5월 간통죄로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고 하자. 만약 올해 헌재에서 간통죄 위헌 결정이 나온다면 A씨와 B씨 모두 법원에 재심 청구를 한 뒤, 형사보상까지 받을 수 있을까? 정답은 'A씨는 재심 청구를 못하고 B씨는 가능하다'이다. 헌재법 47조에 따르면 종전의 합헌 결정이 2008년에 나왔기 때문에 A씨처럼 2008년 이전에 유죄가 확정된 사람들은 소급 적용을 받지 못한다. 반면 B씨는 비록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어도 마지막 합헌 결정이 나온 이후였기 때문에 재심 청구 및 형사 보상이 가능해진다.

이처럼 헌재가 앞으로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려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헌재법 개정 전 10만명에서 2008년 이후 약 3000명으로 대폭 줄어든다.

◇헌재, 위헌 선언 자유로워져

그래서 이번 헌재법 47조 개정에 대해 법조계는 "국회가 헌재에 멍석을 깔아줬다"고 표현한다.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인한 재심 청구 등 사회적 혼란의 소지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에 헌재가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위헌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헌재법 47조 개정에는 이유가 있다. 헌재는 지난 2009년 11월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혼인빙자간음죄는 지난 1953년 도입된 뒤 2002년에 헌재에서 합헌 결정이 나왔다가 2009년에 '법 조항이 남녀평등에 반할 뿐 아니라 여성을 보호한다는 핑계로 여성의 성적(性的) 자기결정권을 부인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자 1953년부터 이 법 조항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재심 청구를 했고, 밀려드는 소송에 법원에서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