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료, 한 해 사고 2번 내면 최대 34% 올라

2018년부터 자동차보험료 할인·할증 제도가 크게 바뀐다. 현재는 운전자가 큰 사고를 내면 보험료가 더 많이 오르는 구조인데 바뀐 제도에선 사고 '크기'가 아니라 '사고 건수'에 비례해 보험료가 오른다. 또 현재는 자동차 보험에 가입한 뒤 3년 동안 무사고 기록을 유지해야 보험료 할인 적용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1년만 무사고이면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자동차 보험 할인·할증 제도 개선안이 2018년부터 시행된다고 20일 밝혔다. 자동차 보험료 할인·할증 제도가 바뀌는 것은 1989년 현행 제도 도입 이후 25년 만이다.

바뀌는 제도의 핵심은 보험료 할증 기준이 사고 크기에서 건수로 바뀌는 것이다. 1회 사고는 2등급(전체 등급 수는 26개), 2회 사고부터는 3등급이 할증된다. 1회 사고 중 50만원(보험금 지급 기준) 이하 소액 물적 사고는 1등급만 할증된다. 평균 자동차 보험료가 64만원이라고 가정하면 1등급 할증될 때마다 보험료가 4만4000원씩 오른다. 예를 들어 A씨가 2008년식 그랜저 자동차를 가지고 있고, 1년치 보험료를 64만원 내고 있다고 가정하자. 만약 운전자가 사람은 다치지 않고 자동차만 부서지는 물적 사고를 한 해 2건(보험금 지급 기준 40만원, 300만원짜리 사고) 냈다면 현재 기준으로는 다음 해 보험료가 4만4000원 오르지만, 바뀌는 기준에선 보험료가 17만6000원 오른다. 자동차 사고를 한 해 2번 내면 다음 해 보험료가 27~34%가량 크게 오르는 것이다. 금감원은 사고를 낸 운전자의 보험료는 할증폭이 커지지만, 80%에 달하는 무사고 운전자의 보험료는 평균 2.3%가량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또 사람을 치거나 충돌로 상대방 운전자가 다치는 대형 사고를 냈을 경우엔 지금보다 할증 보험료가 낮다. 예를 들어 A씨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 사고를 냈다면 3년치 보험료가 현재는 총 245만원이지만, 바뀐 기준에선 40만원가량 줄어들어 205만원을 내면 된다.

금감원 허창언 보험 담당 부원장보는 "과거에는 사망 사고 등 인적(人的) 사고가 많아 대인 사고를 줄이고자 지금 같은 제도를 도입했지만, 최근에는 물적(物的) 사고 비중이 증가해 제도를 변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번 제도 변화로 자동차 보험 가입자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사건 건수로 보험료 책정 기준을 바꾸면 작은 사고를 낸 운전자들이 할증이 두려워 보험사에 사고 신고를 하지 않고, 사고 처리 비용을 자비(自費)로 부담하는 사례가 늘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물적 사고가 자주 발생하다 보니 제도를 바꿔 보험료를 올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흥찬 금감원 보험감독국장은 "보험사의 수입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계산해 제도를 변경했다"며 "사고를 내지 않는 다수(80%) 운전자에게는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