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 관객… 공직자 질타하는 국민들 함성 같아 두렵네요"

"1000만 관객을 돌파하기 전까지는 1000만을 넘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세월호 사건, 군 가혹행위 등에서 드러난 공직자들의 자세를 질책하는 국민의 소리 없는 함성을 듣는 것 같아 두렵습니다."

영화 '명량'이 누적 관객 수 1500만명을 넘어서는 등 나라 전체에 이순신 열풍이 부는 가운데 '이순신 전도사' 김종대(66·사진)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공동체의 가치와 공익을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보다 훨씬 앞에 놓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현재의 공직자들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닌가 싶다"며 이순신 장군의 일화를 소개했다. 사천해전을 앞두고 병사들에게 '적의 목을 베는 데 신경 쓰지 말고 적을 죽이는 데만 온 힘을 바쳐라. 너희의 공은 내가 상부에 보고하겠다'고 말했다는 것. 당시 조선은 상수공법(上首功法·적의 목을 벤 숫자로 공로를 판정)을 따르고 있어 적의 목을 베어내야만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이순신 장군은 적을 무찔러 나라를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전 재판관은 '명량'의 성공에도 힘을 보탰다. '명량'의 김한민 감독은 김 전 재판관이 쓴 '이순신 헌시'를 책상머리에 두고 '명량' 제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재판관의 강연을 들은 김 감독의 형이 만남을 주선했고, 김 감독은 그 자리에서 '(김 전 재판관이 쓴) 책을 읽고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김 전 재판관은 강연 말미마다 영화 '명량' 선전을 빼놓지 않았고, '명량' 촬영 전에 지내는 고사(告祀)에도 참석해 영화의 성공을 빌었다. 김 전 재판관은 "혼자서 강연해가며 고작 몇만 명에게 이순신을 알리는 것보다 영화가 성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이순신의 진면목이 알려지길 바랐다"고 했다.

1975년 군법무관 시절 교육 자료를 준비하던 중 노산 이은상 선생이 쓴 '충무공의 생애와 사상'을 접한 김 전 재판관은 이후 40년 가까이 이순신 리더십을 공부하고 알리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이순신 평전'을 비롯해 이순신 장군 관련 책만 5권을 출판했고, 강연도 200회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