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MBA] 말을 잘해야 '진짜 리더'가 된다

목이 아파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의사는 목감기라는 진단을 내리더니, 설명을 이어갔다. "기관지염이 심하네요. 혹시 담배 피우세요?" "네. 피웁니다" 의사의 설명은 계속됐다. "기관지염에 제일 나쁜 게 담배예요. 지금 담배 피우시면 '비 오는 날에 세차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좋은 약을 아무리 먹어도 아무런 효과 없습니다. 아시겠죠?"

그렇게 4일치 약을 처방받은 후 '91시간째 금연'이라는 '기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유는 의사의 말 한마디, '비 오는 날 세차' 때문이다. 매번 담배에 손이 갈 때마다 '비 오는 날 세차'하는 바보 같은 내 모습이 떠올랐다. 만약 의사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담배는 기관지에 좋지 않으니 당분간 피우지 마세요' 십중팔구 나의 연약한 금연 의지는 48시간 이상 지속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다중지능(MI, Multiple Intelligen-ce)이란 개념이 있다. 다중지능 창시자인 가드너 하버드대 교수는 인간의 지능은 언어, 음악, 논리수리, 공간, 신체운동, 대인관계, 자기이해, 자연탐구 등 총 8개로 이뤄져 있다고 말한다. 그는 성공하기 위해선 IQ가 아니라 다중지능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다양한(다중) 지능이 있고, 8개 지능 가운데 나의 강점을 찾아내 여기에 집중하면 누구든 성공할 수 있다"는 게 가드너 교수의 설명이다. 다중지능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로 나뉜다. 8가지 지능이 고만고만하면 제너럴리스트, 특정 지능이 압도적으로 높으면 스페셜리스트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당신이 스페셜리스트라고 가정하자. 당신은 이제 한 가지 지능만 더 갖추면 '스타형 인재', 즉 리더가 될 수 있다. 무슨 지능일까? 1983년, 가드너 교수는 '인간관계 지능'이라 답했다. 특별히 발달된 지능 하나(스페셜리스트)에, 인간관계까지 좋으면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30여년이 지난 요즘 세상은 어떤가? 지금은 리더가 되기 위해 인간관계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언어지능'이다.

스티브 잡스를 생각해보자. 잡스는 논리수리 지능이 월등히 높다. 인간관계 지능은? 형편없다. 잡스와 싸워 갈라선 옛 동지들(워즈니악, 존 스컬리, 이사회 멤버들)을 떠올려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언어지능은? 세기의 명언을 쏟아낸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설, 화제를 모았던 신제품 프레젠테이션 등을 생각해 보면 잡스의 언어지능은 탁월하다. 미디어가 전방위적으로 발달한 요즘 시대다. 리더가 되기 위해선 면대면 인간관계 능력보다 다양한 채널을 통한 대중 소통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최근 사회적 이슈에 대해 각 분야의 리더들이 다양한 말을 쏟아냈다. 정치권에선 잇따른 인사 낙마와 관련, "국민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지난 브라질월드컵 성적과 관련해선 체육계에서 "선수들이 이번에 좋은 경험을 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모두 '나름'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대중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총리 후보의 자질에, 최악의 월드컵 성적에 낙담하는 대중에게, 그 시점에서 리더가 던질 '적합한' 말은 아니다.

인간의 근육 중 가장 강력한 근육은 무엇일까? 답은 '혀'다. 한마디 말이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봐왔다. 말이 힘인 시대다. 부하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짜 리더'가 되고 싶다면 언어지능부터 높여야 한다. 언어지능이 낮은 리더는 리더가 아니다. 그냥 스페셜리스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