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30바퀴도 못 되는 데 다리에 온갖 통증을 다 느껴봤다. 그렇게 짧은 거리인데도 몸이 익는 데 걸린 건 한참이다. 달린 지 5주째다. 이제야 통증이 몸 안에서 흡수되는 수준이다. 장거리는 피로도가 분명히 다를 거다. 통증만이 아니다.
러너들은 흔히 팔이 없는 윗옷을 입는다. 어깨가 있고 없음에 따라 체온 발산 속도가 다르다. 복통도 안 빠진다. 평소 위로 가던 피가 근육으로 할당되어 소화도 안 되고 복통이 생긴다. 어릴 때 마구 뛰다가 배 옆구리가 아프면 움켜쥐곤 했다. 러너들의 복통은 내가 모르는 수준의 세계일 거다.
철봉은 이제 5, 6개 정도를 만화 속처럼 탄력적으로 한다. 젖은 수건을 짜듯 근육을 비틀던 습관은 허공 속으로 털어 버렸다. 가끔 마지막 번에 기운이 빠지면 목 근육을 쓰기는 한다. 철봉에 턱이 쿵 찧는다. 어김없이 붓기가 살짝 오른다.
철봉은 치기(稚氣)가 반(半)이다. 얼마 전에 20세 안팎의 어떤 이가 여자 친구 옆에서 철봉을 하는 데 대략 15개 정도를 하는 것을 보았다. 끝내고 가는 그이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공기가 반은 채워져 있을 거 같다. 나는 어깨를 일자로 쭉 펴고 다시 오른다. 철봉은 수컷이 한껏 자신의 매력을 발산할 잊힌 기억 속 저편 너머인지도 모르겠다.
비가와도 달린다. 새도 없고, 매미 소리도 안 들린다. 빗물 속에서 모래 소리가 서걱거린다. 빗속에서 큰 개미, 작은 개미, 깨알 같은 개미가 허공에 다리를 노 젓는다. 비가 온 다음은 개미들이 더 바쁘다. 어떤 개미는 빨간 먹이를 물고 끈다. 또 따른 개미는 자신보다 큰 등판이 넓은 딱딱한 벌레도 끌고 간다. 축구공보다 더 작고, 야구공보다 더 느리지만, 개미들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모래 운동장은 하나의 세상이다. 비가 내리면 여기저기에 빗물이 고인다. 낮은 곳으로 물길이 만들어지면 마치 작은 황하같이 흙도 모래도 쓸려간다. 달리는 러너의 발길도 둥실둥실 떠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