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올 추석 닷새 연휴? 나흘 연휴?

인천에 사는 이은주(27·공무원)씨는 이번 추석에 여유 있게 전남 장흥의 고향집을 찾게 됐다. 대체공휴일제가 처음 도입돼 연휴가 5일이나 되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번엔 대체휴일제 덕분에 여유를 갖고 고향집에 다녀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통과된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에 따라 올해부터 대체공휴일제가 정부 기관과 공공 기관에서 우선적으로 시행된다. 개정령에 따르면 설과 추석 연휴가 법정공휴일과 겹치거나, 어린이날이 토요일 또는 법정공휴일과 겹칠 경우 연휴 다음 비공휴일이 대체휴일로 지정된다. 올해 설날과 어린이날이 다른 공휴일과 겹치지 않아 오는 추석 연휴가 대체공휴일 첫 시행이 됐다. 올해 추석 당일은 9월 8일 월요일이어서, 연휴 첫날인 7일(일요일) 대신 평일인 10일(수)이 대체휴일로 지정됐다. 6일 토요일부터 닷새 연휴가 되는 셈이다.

긴 연휴를 맞아 고향 대신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도 많다. 여행 관련 업체들은 추석 연휴 패키지를 속속 내놓았고, 추석 연휴 해외 비행기표는 '하늘의 별 따기'다. 무역업체에 근무하는 서지현(28)씨는 "이번 여름휴가 기간에 비가 내려서 제대로 즐기지 못했는데 이번 연휴를 이용해 해외에 가기로 했다"고 했다.

공무원을 제외한 일반 직장인들은 회사 사정에 따라 다르다. 일반 기업은 노사 단체협약이나 취업 규칙에 관공서 휴일 기준을 적용한다는 단서가 있으면 대체휴일을 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으면 의무 적용 대상이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90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추석 연휴 계획'을 조사한 결과, 5일 이상 휴무한다는 기업은 14.1%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의 5.3%는 '아직 휴무 계획을 정하지 못했다'고 답했고, '휴무 없이 정상 근무 한다'는 기업도 1.1%였다. 4일간 휴무한다는 기업이 66.1%로 가장 많았다.

중소기업중앙회 전현호 인력정책실장은 "대기업이야 일을 시켜놓고 쉬면 되지만 정작 중소기업은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휴일까지 반납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인력난 때문에 현재 연차 휴가도 다 못 쓰는 상황에서 대체휴일까지 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대체휴일을 챙기지 못하는 직장인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고 말한다. 식품생산업체에 근무하는 고모(29)씨는 "호봉제 근로자는 노조가 있어서 이번 대체휴일을 인정받던데, 연봉제 사원들은 인정을 못 받는다"며 "아예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도록 달력에 '빨간 날'로 지정해 당당히 쉬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