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며 나홀로 ‘투르 드 업힐’

  • 남성수 유어스테이지 시니어리포터

입력 : 2014.09.01 11:21 | 수정 : 2014.09.01 11:21

Essay

누구에게나 어느 순간 몸이 파업을 선언하는 날이 온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지 않고 나태해진 삶에 경종을 울리기라도 하듯. 지금 내가 감사하고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재작년 겨울, 정확히는 2011년 12월 15일, 점심시간에 집앞 한강둔치로 자전거를 타고 잠깐 마실을 나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 시간 후에 나에게 닥칠 불행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집에 들어왔는데,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지더니 손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이라도, 화장실에서 볼일만 보면 산다’는 속설을 믿고 화장실에 볼일을 보려고 앉았는데, 몸이 왼쪽으로 기울더니 완전히 짜부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몸 왼쪽에 힘을 줄 수 없으니, 오른손만으로 도저히 일어나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때마침 집에 있던 둘째에게 뜨거운 물(화상을 입을 정도)을 끼얹어달라고 했으나, 별 효과가 없어 급기야 119에 신고하도록 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의사와 간호사가 급하게 영화에서처럼 뛰쳐나오는데, 내가 이렇게 중한 병에 걸렸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 의사의 심각한 표정에서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공포가 엄습했다. 죽는 것은 무섭지 않은데, 몸이 불구라도 되어서 주위 사람에게 민폐라도 끼치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에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었다.

그래서 평소에 별로 하지 않던 기도를 간절히 드리기 시작했다. 나를 데려가시든지, 살려주시려면 몸을 온전히 보전해달라고 말이다. 기도발이었는지 운이 좋았던지, 아니면 ‘저 위에 계신 분’께서 나를 불쌍히 여기셨는지…. CT촬영 중에 엑스선을 따라서 뜨거운 기운이 같이 움직이다가, 급기야 단전에 뜨거운 기운이 머물더니, 소변이 나오고는 기적적으로 피가 통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병원에 간 지 세 시간 만에 내 발로 걸어서 집으로 들어갈때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치 한여름 낮에 선잠에서 깬 것처럼 어리벙벙할 뿐이었다. 이젠, 위기관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지난여름(재작년 여름)의 내 생활을 반성해보았다.

덥다는 핑계로, 자전거 라이딩을 소홀히 했던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생각됐다. 평소에 고혈압에 당뇨(소갈증)를 달고 사는 내게 운동부족은 치명적이었다. 의사도 뇌경색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는 하지만, 아마도 고혈압과 당뇨가 직접적인 원인 중에 하나일 거라고 얘기했다.

그리하여 내 나름대로 결론 내리길 ‘자전거 라이딩을 빡빡하게 하자’ 이렇게 생각하고 장거리 라이딩을 계획하고 인터넷을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하루에 다섯에서 여섯 개의 업힐을 하는 것, 나홀로 ‘투르 드 업힐’ 바로 그것이었다. 양수에서 출발하여 벗고개, 서후고개, 명달고개, 다락재, 널미재, 비솔고개를 넘어 용문까지의 ‘투르 드 업힐’ 코스, 가평에서 해발 1000m에 육박하는 화악터널을 경유하여 춘천까지의 라이딩, 춘천에서 배후령을 지나 오음에서 출발하는 부귀리 임도 등 나홀로 업힐과 임도를 찾아 나섰다.

산을 오를 때는 온몸 5조 개의 세포에서 뿜어내는 열기가 암세포를 죽일 정도였고, 업힐을 완수하고 돌아올 때의 희열감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흰머리를 날리며, 미니벨로로 업힐을 할 때는 로드 타고 그룹으로 지나가던 분들이 생활 자전거로 업힐을 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격려해주었다. 다운힐에서 만나면 정말로 그 자전거로 산을 넘었느냐며 신기해하기도 하였다.

살기 위해서 하는 라이딩, 기회가 주어졌을 때에 내 몸을 내가 관리하지 못한다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라이딩이었다. 몸이 망가지기 전에 여행하고 싶은 델 다 다녀봐야 한다는 절박감에 지난여름은 주중에도 주말에도 나 홀로 ‘투르 드 업힐’은 계속되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살기 위해서 ‘투르 드 업힐’을 계획하시진 않겠지요? 오늘도 전 살기 위해서 남산을 오릅니다. ‘투르 드 업힐’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그 흉내는 낼수 있기에…. 가까운 곳에 천혜의 업힐 코스인 남산을 가진 행운을 만끽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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