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8.27 09:49

Interior | 법률사무소 행복마루 조근호 대표

글로벌 명품가구가 대표실뿐 아니라 안내데스크 직원의 업무공간까지 자리한 특별한 회사, 행복마루 조근호 대표의 철학이 담긴 특별한 사무공간을 찾아갔다.

▲해피마루의 변호사, 컨설턴트, 컴퓨터 전문가들이 모두 만족할 만한 사무실을 위해 건축학을 공부하면서까지 철학이 있는 공간을 완성해낸 해피마루의 조근호 대표.
▲해피마루의 변호사, 컨설턴트, 컴퓨터 전문가들이 모두 만족할 만한 사무실을 위해 건축학을 공부하면서까지 철학이 있는 공간을 완성해낸 해피마루의 조근호 대표.

행복마루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디자인회사 사무실로 오해할 만큼 감각적인 인테리어에 우선 놀랐다. 그리고 생각보다 심플한 대표실 인테리어에 두 번 놀랐다. 마지막으로 조근호 대표의 나이가 50대 중반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이렇게 눈을 두는 곳마다 놀라움의 연속인 공간, 해피마루에서의 인터뷰가 시작됐다. 그리고 가장 첫 질문은 역시 “대체 사무실 인테리어에 이렇게나 큰 투자를 한 이유가 무엇인지?”였다.


답답한 틀에 순응하는 순간 사고는 경직된다

▲모든 직원이 만나고 쉬고 산책할 수 있는 대청마루의 개념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공간.
▲모든 직원이 만나고 쉬고 산책할 수 있는 대청마루의 개념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공간.

제가 검찰에 30년간 있으면서 이런저런 혁신 관련 업무를 담당했었는데 소프트웨어 혁신 같은 것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 무의미해지더라고요. 사람을 본질적으로 바꾸진 않아요. 그런데 공간을 바꾸니까 사람이 바뀌더라고요. 제가 법률연수원장 시절에 5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서 오래된 법률연수원 건물을 리모델링했어요. 검찰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무채색의 세상에 삽니다. 검정, 흰색, 회색. 저도 리모델링 전문가에게 딱 이 세 가지 색만 쓸 것을 주문했어요. 근데 그분이 기둥 하나만 자기 맘대로 하게 해달라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죠. 그게 대강당 앞에 있는 기둥인데 작업이 끝난 후 가보니 기둥에 사선으로 빨간색을 칠해놨더라고요. 순간 장관님, 총장님, 전국 검사장들의 얼굴이 머릿속에 스쳐가며 온갖 생각이 다 들었어요. 걱정되는 마음에 직원들을 데리고 가서 소감을 물었어요. 그런데 아주 멋있다는 거예요. 끝내준대요. 교육생 200여 명의 의견도 같았고요. 오히려 다른 곳도 더 화려한 색으로 칠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와 즉시 법률연수원 건물색을 다 바꾸기 시작했어요. 그러고 나니 교육생들은 물론 교육하는 감사들의 생각이 달라졌어요.

▲심플한 대표실 안 가구는 높이 조절이 자유로운 비트라의 책상과 칸막이 소파, 그리고 붙박이장과 손님맞이용 의자와 테이블이 전부다.
▲심플한 대표실 안 가구는 높이 조절이 자유로운 비트라의 책상과 칸막이 소파, 그리고 붙박이장과 손님맞이용 의자와 테이블이 전부다.

연수원 갓 졸업해서 신임 검사가 된 친구들이 원래는 5주 교육 후 졸업식하고 나가는 게 다였는데 마침 혁신이 끝나는 날 자기들이 공연을 하겠다는 거예요. 작은 뮤지컬 공연도 하고, 통기타도 치겠대요. 가장 보수적이고 자존심이 센, 사법시험에 합격한 엘리트들이 그냥 보통 20대, 30대 초반과 다를 바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그들 안에 있는 끼를 공간이 막고 있었던 거죠. 그때 느꼈죠. 공간이라는 게 참 중요하다. 이후 법무연수원을 진천으로 이전하는 4천억짜리 프로젝트의 지휘를 맡게 돼 정보 수집 차 미국 GE의 크로톤빌 연수원, 페이스북, 에이오엘닷컴 등 인테리어로 유명한 대기업에도 여러 군데 가봤는데, 창의적인 작업을 하는 기업일수록 디자인 혁신이 대단하더라고요.


실용성과 디자인을 동시에 잡은, 산책하고 싶은 사무실

▲작지만 개인적인 쉼과 사색이 가능한 공간. 조 대표는 이곳에서 도심을 내려다보며 독서와 음악 감상을 즐긴다.
▲작지만 개인적인 쉼과 사색이 가능한 공간. 조 대표는 이곳에서 도심을 내려다보며 독서와 음악 감상을 즐긴다.

우리 회사는 법률사무소와 컨설팅 회사, 두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이전에는 사무실 또한 오피스텔 두 개를 따로 임대해 사용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이들이 잘 섞이지가 않았고요. 결국 사무실을 통합하기로 했는데 새로운 업무공간에 회사의 철학을 녹이고 싶었어요. 저희 회사명이 ‘행복마루’인데 ‘행복감이 최고조로 높은 곳’이라는 뜻과 ‘행복한 사람들이 모여 노는 대청마루’라는 뜻을 동시에 담은 이름이에요. 직원과 고객이 행복한 회사는 어떤 회사일까 생각하다가 제가 영덕지청에 근무할 당시 실시한 근무여건 관련 조사 결과가 떠올랐어요. 그들이 가장 불편한 것으로 ‘의자’를 얘기하더라고요. 불편한 의자를 사비로 바꾸기도 한다는 거예요. 그때 사무용 의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는데, 이번 기회에 의자만큼은 확실히 편한 걸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외근이 많은 컨설턴트를 위해 이동이 편한 개인사물함을 두되 개인 자리의 개념을 없앴다.
▲외근이 많은 컨설턴트를 위해 이동이 편한 개인사물함을 두되 개인 자리의 개념을 없앴다.

그래서 세계에서 의자를 제일 잘 만드는 회사가 어디인가 찾아봤는데 그게 ‘비트라’더라고요. 비트라는 아예 명품 의자 제작으로 출발해 성장한 회사더군요. 다른 인체공학적 의자는 편하긴 해도 하나같이 생김이 투박하죠. 하지만 비트라는 제가 좋아하는 찰스와 레이 임스가 가구 디자인에 참여할 정도로 디자인 또한 정말 좋았어요. 아름답고 편안한 명품가구가 사무실 전체를 채운 공간이라면 직원과 고객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결국 현실이 됐어요. 그 결과 직원에게는 출근하고 싶은 사무실, 고객에게는 들어오는 순간 힐링이 되는 공간이라는 평을 듣고 있어요. 우리 국민은 원색의 세상에 살고 있는데 법조인들은 아직도 흑백의 세상에 살며 국민을 만나고 있었죠. 그러니까 엇박자가 나는 겁니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가슴속에 빨강과 노랑 같은 원색이 있거든요. 모든 가능성을 수용할 준비를 마친 우리 사무실처럼, 이 글을 읽는 분들 또한 가슴속에 숨겨진 원색의 생각을 꺼내보시기 바랍니다. 그 순간 수많은 가능성이 시작될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