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가 들썩일 때, 평화누리길로 떠나세요

  • 황정원 시니어조선 편집장
  • PHOTOGRAPHER 이신영(C.영상미디어)

입력 : 2014.08.2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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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 지나자 거짓말처럼 바람이 선선해지기 시작했다. 슬슬 묵혀두었던 자전거와 워킹화를 꺼낼 계절이다. 때마침 경기관광공사 황준기 사장이 <시니어조선> 독자에게 평화누리길 걷기행사 초대장을 보내왔다.

‘봄볕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에 딸 내보낸다’는 속담이 있다. 봄보다 자외선 지수도 낮고 쌀쌀해지는 날씨에 우울증을 예방해주니 가을볕이 보약은 보약인 셈. 코끝에 상쾌한 바람이 스치면 바람막이를 챙겨 입고 트레킹이라도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경기관광공사에서는 9월을 맞아 ‘파주포크페스티벌’과 함께 ‘2014 평화누리길 걷기행사’와 자전거 투어를 개최한다. DMZ 접경구간으로 평소 민간인이 접하기 힘든 평화누리길의 역사와 자연환경을 알리고, 누구에게나 걷고 싶은 길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음악·책·사진 테마로 재미를 더한 걷기행사

이번 행사는 구간별로 문화 테마를 설정해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점이 특색 있다.

경기관광공사 황준기 사장

“다른 걷기 행사와 차별화하자, 재미에 재미를 더해보자는 욕심을 가져보았습니다. ‘음악’을 테마로 한 파주는 행사 당일 올해로 4회째를 맞는 포크 페스티벌도 함께 열리는데, 작년부터는 포크 활성화를 위해 아마추어의 등용문 역할도 겸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참여한 아마추어들이 구간구간에서 연주를 들려줄 예정입니다. 연천은 ‘책’을 테마로 잡고 조선북스와 함께 좋은 글귀가 적힌 메시지 보드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때가 덜 타서 제가 참 좋아하는 구간입니다. 그 좋은 풍경을 감상하며 혼자 걸을 때 구간 곳곳에 적힌 좋은 글귀가 자아 성찰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김포는 바닷가를 끼고 있어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가 많습니다. 특히 10월이 되면 단풍이 내려앉아 경치가 정말 좋지요. 이번 행사에서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아카데미 회원들이 재능 기부를 했습니다. 구간마다 사진가들이 함께 사진을 찍거나 촬영 테크닉을 알려줄 예정입니다.”

경기관광공사 황준기 사장은 이번 행사로 평화누리길이 더욱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길 바란다. 몇 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걷기 열풍이 불고 있지만 그 유명하다는 올레길과 둘레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까운 평화누리길은 아직까지도 발길이 많지 않은 편. 황준기 사장은 그 이유로 ‘마음의 거리’를 꼽는다. 파주는 ‘멀다’는 선입견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번 와본 사람은 계속해서 다시 찾을 만큼 접근성이 좋고, 경치 또한 남다르다고 한다.

“이곳은 다른 걷기 코스와는 분위기 자체가 다릅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자연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살아 있지요. 또,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군대가 많은가 하면 천혜의 자연이 함께 보존되어 있어 긴장과 평화가 공존하는 곳이라 하겠습니다. 이곳에는 선사유적지도 많은데, 인간이 가장 원초적인 생활을 하던 시절에 정착했다는 것은 그만큼 살기 좋은 곳이라는 걸 뜻하지요. 구석기시대부터 현대사까지 이어지는 살아 있는 역사 현장으로 아이들 교육에도 좋고, 분단의 아픔을 되새겨볼 수 있는 장소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걷기를 좋아해 매일 한 시간 이상은 무조건 걷는다는 황준기 사장. 평화누리길은 물론 제주 올레길과 히말라야 등지를 부지런히 다녔고, 조만간 지리산 둘레길을, 버킷리스트로는 산티아고를 남겨둔 상태라고. 평화누리길 중에 가장 좋아하는 구간이 있냐는 질문에 황준기 사장은 살짝 웃으며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공사의 수장으로서 특정 구간을 편애(?)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꼽는 지역이 있었으니! “평화누리길 11코스로, 연천구간 중 임진강 쪽에 예로부터 ‘임진적벽길’이라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제주도의 ‘주상절리’를 연상시키는 절경이 펼쳐지는 곳이지요. 조금 난이도가 있지만 독특한 매력이 있어 자꾸만 찾게 되는 구간입니다.”


세계문화유산과 산업시설, 최고의 맛집이 집결된 경기도

연천군수와 파주부시장으로 일한 경력이 있는 황준기 사장은 공직에 있었던 경험을 살려 지자체와 협업을 하는 데 더욱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경기도 시군을 위해 직접 좋은 콘텐츠를 제안하는 한편, 다양한 소스로 관광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고 개인적인 네트워크까지 활용했다. 관광공사에 시군별로 전담자 제도를 만들어 담당 공무원이 바뀌더라도 지속적으로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라고. 지자체의 특성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2014 평화누리길 걷기행사

“경기도는 태곳적부터 우리 민족의 수도를 품은 곳으로, 최고의 문화유산과 관광자원, 산업 시설이 집결된 곳입니다. 역대 왕들의 능과 수원화성 등 세계문화유산이 도처에 있지요. 용인민속촌, 세계 최고의 미디어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는 백남준아트센터도 있고요. 바다를 이야기하자면 제부도가 빠질 수 없습니다. 산업적으로도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관광자원이 있고, 맛집은 별도로 이야기해야 할 만큼 손꼽히는 곳이 한둘이 아닙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경기도 관광이 멋진 점은 ‘훌쩍’ 떠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리가 떨릴 때 말고, 가슴이 떨릴 때 떠나라’는 말이 있어요. 경기도는 가슴까지 갈 필요도 없어요. 엉덩이가 들썩일 때 그냥 떠나면 됩니다.”

올 가을, 엉덩이가 들썩인다면 평화누리길로 걷기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2014 평화누리길 걷기행사’에 참여해 아름다운 음악도 듣고, 멋진 글귀도 감상하고, 추억을 되새길 만한 사진도 남겨보자. 걸을 때마다 10m당 1원을 적립하여 DMZ환경보전을 위해 기부도 할 수 있다. 참가신청은 공식홈페이지(www.walkyourdmz.com)에서 접수받으며, 참가 인원은 선착순 700명이다(참가비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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