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8.27 09:49

This Woman

방송인, 홍보대사, 외국인 지원센터 관장 그리고 국제법과 이탈리아어를 가르치는 교수직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그야말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방송인 크리스티나가 최근 그 수많은 역할에 커피전문가라는 직함 하나를 더했다.

숨이 넘어갈 듯한 독특한 말투지만 원활한 한국어 인터뷰는 물론이고 웬만한 한국어 관용어구도 척척 구사하는 결혼 7년 차 주부 크리스티나. 다양한 분야에서 이탈리아를 알리는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활약하고 있는 그녀가 이번엔 커피전문가로 변신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그냥 이탈리아 커피 홍보 모델에 발탁됐다는 소식이겠거니 했는데 실상을 알고 보니 예상과는 매우 달랐다. 매일까진 아니더라도 매주 고정적으로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인 ‘카페 이탈리아’에 출근하며 이탈리아 커피에 대해 조언을 하거나 이탈리아 커피 계약 과정에 투입돼 사업 과정을 돕는다는 그녀는 회사 내에서 ‘크대리’로 불리며 똑소리 나게 일 처리를 해내고 있다고. 커피의 나라, 이탈리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덕에 하루 2~3잔의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게 일상이며, 커피 맛에는 유난히 예민하다는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 그녀를 만나 커피 그리고 크리스티나 자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탈리아 커피 이야기

먼저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커피는 어떤 의미일지 궁금했다. “이탈리아에서는 하루 세 잔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게 흔한 일이에요. 또 이탈리아 사람들이 워낙 성격이 강해서 에스프레소를 커피숍 바에 선 채 빨리 마셔요.” 대부분의 사람이 서서 커피를 즐기는 데다 앉아서 커피를 즐기려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는 독특한 이탈리아 커피숍 분위기는 성격 급한 한국 사람들이 듣기에도 놀랄 만큼 속도감 넘치는 풍경이다. “한국에 와서 놀랐어요. 사람들이 식사 후에 카푸치노를 먹는 거예요. 이거 되게 신기해요. 이탈리아에서 카푸치노는 아침에 빵이랑 함께 식사처럼 먹는 메뉴예요. 이탈리아에서 아침 시간 이후에 카푸치노나 우유 들어간 메뉴를 먹으면 관광객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에서는 소수의 커피 애호가들이 즐기는 메뉴로 알려진 에스프레소. 이탈리아 출신답게 크리스티나의 첫 커피 역시 에스프레소였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처음으로 커피를 마셨어요. 처음이었지만 어릴 때부터 익숙한 향이라 놀라지는 않았어요. 에스프레소 한 잔을 그 자리에서 다 마셨어요.”


크리스티나 가족이 살아가는 법

결혼 직후부터 시어머니와 함께 살아온 크리스티나. 외모도 생활방식도 무척 다른 시어머니와는 커피를 즐기는 방식도 참 달랐다고. “시어머니는 믹스커피를 잘 마셔요. 그래서 제가 옆에서 그런 거 마시지 말고 제가 직접 내린 카페 이탈리아 커피 마셔보라고, 이게 더 맛있다고 계속 권했어요. 우리 집에 커피 기계가 있어요.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 판매하는 캡슐커피를 주로 마시는데 최고 압력이 20bar예요. 제가 이탈리아에서 마시던 커피 맛이랑 비슷해요. 시어머니도 에스프레소까진 아니더라도 아메리카노는 조금씩 즐기고 있어요.” 이렇게 집에서도 쭉 이탈리아 커피홍보대사로 활동하던 터라 크리스티나가 커피 회사에 스카우트 됐다는 소식에 가족 모두 기뻐했다고 한다. “어머니랑 남편 모두 저에게 어울리는 일을 찾았다면서 축하해줬어요. 요즘엔 남편도 우리 회사 커피 들고 다니면서 친구들한테 나눠주고 마셔보라고 하면서 같이 홍보 도와줘요.” 너무 바쁜 아내에게 행여나 남편이 싫은 내색을 하지는 않는지 물었다. 대답이 그야말로 걸작이었다. “제가 닭띠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부지런히 일하는 게 잘 맞아요. 저희 시어머니도 닭띠라 익숙해진 남편이 닭띠 아내를 잘 이해하고 도와주는 편이에요. 제가 시집을 참 잘 온 것 같아요.”


바쁜 그녀, 크리스티나의 목표

대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기에 이렇게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것같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목표 있는 거 좋지만 계획대로 안 되는 거 너무 많으니까 스트레스 안 받고 살면서 좋은 찬스를 기다리며 오픈마인드로 살아요. 딱 뭐가 되어야겠다. 뭘 이뤄야겠다 하는 목표보다는 이탈리아에 한국을, 한국에 이탈리아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커피 회사 일도 그런 점에서 제게 더욱 의미 있는 일인 것 같고요.” ‘에스프레소’, ‘마키아토’, ‘아포가토’, ‘바리스타’ 등. 우리는 커피를 즐기며 알게 모르게 수많은 이탈리아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커피문화. 그리고 커피의 나라에서 온 유쾌한 그녀, 크리스티나. 한국과 이탈리아의 교류에 도움이 되고 싶어 하던 그녀와 커피의 만남은 그녀가 기다려 왔다는 바로 그 ‘좋은 찬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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