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정치보다 강해… 그래서 살아남죠"

"연극은 정치보다 오래된 것이고, 더 강한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강하기 때문에 살아남는 것이겠지요. 현장에서는 그런 (정치적인) 것들이 전혀 방해되지 않습니다."

한·일 관계가 편치 않은 요즘, 한국 배우들과의 작업에 대한 소감을 묻자, 일본 연출가 노다 히데키(野田秀樹·59·사진) 도쿄예술극장 예술감독이 대답했다. "(고이즈미 총리 시절인) 2005년에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는데, 이런 질문을 계속 받는 것 자체가 불행한 일"이라고 했다.

도쿄대 법대를 중퇴하고 연극에 뛰어든 그는 '표 구하기 힘들다'는 말을 듣는 일본 연극계의 스타 연출가다. 기발한 상상력과 자극적 줄거리 속에 철학적 성찰을 담은 연극으로 이름 높다. 그가 다음 달 12일부터 10월 5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 자신의 연출작 '반신(半神)'을 올린다. 해외 연출가의 연극으로는 보기 드문 장기 공연이다. 그가 국내 공연으로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받았던 2005년 '빨간 도깨비'는 4일, 지난해 '더 비(The Bee)'도 이틀 공연에 그쳤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서주희·주인영·전성민 등 한국 배우 12명과 작업한다는 점이다. 노다 감독은 "30년 전의 작품을 완전히 새로운 배우들과 새로운 장소에서 하고 싶었다"며 "한국 배우들은 신체 표현이 강하기 때문에 관념을 형상화하는 이 작품에 잘 맞는다"고 했다. 10월 24~31일에는 같은 배우들로 도쿄 공연에 나선다.

하기오 모토(萩尾望都)의 단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반신'은 몸이 달라붙은 샴쌍둥이 자매를 주인공으로 자아(自我)와 타자(他者),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인간관계의 본질을 다루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