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盤 조사결과, 석탑 무게 11배 견뎌… 탑 아래 땅속 발굴은 안하기로

지난 20일 경북 경주시 불국사 삼층석탑(국보 제21호·일명 석가탑) 보수공사 현장. 10.8m 높이의 석탑이 있던 자리에 해체된 44개의 탑 부재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742년 창건 이후 고려 때인 1038년 지진으로 입은 피해 보수를 위해 전면 해체 복원한 바 있고 이번 해체 작업은 970여년 만이다. 속살을 드러낸 거대한 화강암들이 땅에 내려앉아 조립을 기다리고 있었다.

2012년 시작한 석가탑 보수공사는 현재 공정률 60%. 상륜부와 탑신부, 기단부, 내부 적심(탑 안을 채우는 흙과 자갈)까지 완전히 해체됐고, 정밀 실측과 3D 스캔, 지반 조사까지 끝났다. 설계와 조립만 남은 상태. 예정대로라면 올해 말 공사가 완료된다. 1966년 도굴 사건으로 부분 해체해 수리를 한 탑은 2010년 상층 기단 갑석(돌 위에 포개는 납작한 돌)에 균열이 나타나 완전 해체·보수가 결정됐다.

공사팀은 원래 탑 아래 땅속까지 발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 전파를 이용해 지반을 비파괴 조사한 결과 석탑 무게의 5.5~11.1배까지 견딜 수 있을 만큼 단단한 것으로 확인돼 발굴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지성진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 학예연구사는 "해체 전에는 기단이 불안하다고 예상돼 발굴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실제 비파괴 조사를 해보니 충분히 단단했다. 1300년이 지나면서 탑의 무게에 눌려 땅이 더 단단해지고 안정된 것"이라며 "발굴을 하면 지반을 완전히 개량해야 하는데 원형 보존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굳이 지반을 들어낼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지반을 발굴 조사하면 신라인들이 쓰던 일상 유물이 발견되리라는 기대도 있었으나 석탑 하층 기단과 주변 영역을 지표면 투과 레이더(GPR) 탐사한 결과 형태가 있는 유물은 감지되지 않았다.

부재를 해체해 정밀 실측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무게는 97t. 1층 탑신석의 무게는 무려 7.9t에 달했다. 단일 부재로는 국내 석탑 중 최대다. 지씨는 "7.9t의 통돌을 들어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당시 통일신라의 기술력을 보여준다"고 했다.

3D 스캔과 비파괴 방사선 투과 조사, 컴퓨터 단층 촬영과 자외선 조사…. 석가탑 보수공사에는 21세기 첨단 과학이 총동원되고 있다. 훼손된 곳은 티타늄과 에폭시를 사용해 접합·강화 처리 중이다. 연구소 분석 결과 탑 부재는 당시 신성시되던 경주 남산에서 가져왔고, 적심과 1970년대 복원된 부분은 토함산 화강암인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소는 설계안이 확정되는 대로 9월 중순 이후에 복원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