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償증자,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

공짜로 주식을 나누어 주는 무상증자를 받았다고 좋아할 일이 아닌 것 같다. 무상증자를 한 후에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보통 무상증자를 하면 주식 가격이 낮아 보이는 효과에 매수세가 몰리며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최근에는 흐름이 다소 달라진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원래 무상증자로 기업의 실질 내용이 달라지는 것이 아닌 만큼 현재의 흐름이 정상적인 것"이라며 무상증자와 같은 일시적인 요인보다는 실적을 위주로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무상증자 후 한 달간 주가 부진 상장사, 절반 넘어

조선비즈가 올해 들어 무상증자를 발표한 상장사 22개 중 증자 후 한 달 이상이 지난 20개사의 주가 흐름을 살펴본 결과 이들 중 절반인 10개사가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다(권리락 감안). 이외에도 코스닥상장사인 2개사는 주가가 올랐지만 코스닥 지수 상승률에 미치지 못해 실질적으로 무상증자 효과는 '마이너스'였다.

원래 무상증자는 유통 주식 수는 증가하는 반면 권리락(무상증자 권리가 사라지면서 주가가 하향 조정되는 것)이 발생해 주가는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주가가 싸 보이는 효과가 발생해 투자자들이 몰리는 경우가 많다. 11개 상장사 중 무상증자 후 한 달 동안 주가가 가장 많이 하락한 회사는 LED조명을 생산하는 에프알텍이다. 이 회사는 무상증자 권리락이 발생하며 주가가 8330원에서 4510원으로 떨어졌는데, 한 달 만에 추가로 39.7%나 하락했다. 오디텍과 지디도 무상증자 직후와 비교해 한 달 동안 각각 17.2%, 11.9%씩 내렸다. 엘앤에프는 11.4%, 파루는 10.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상장사들의 주가가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무상증자를 실시하는 기업의 수도 꾸준히 줄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상장사들이 무상증자를 통해 늘린 주식 수는 총 1억2538만주였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9% 감소한 수치다. 2012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42.3%나 줄었다.

◇무상증자 약발 안 듣는다

증권 업계 전문가들은 무상증자가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주식시장 자체가 활기를 띠어야 한다고 말한다. 증시가 충분히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 종목의 주식 수가 증가해봤자 매수세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무상증자를 호재로 받아들였던 투자자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는 무상증자를 하면 주가가 오른다는 학습 효과가 있었는데, 그러지 않은 사례들을 몇 번 접하게 되면서 이 같은 인식이 깨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해당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낮아 무상증자를 한다고 해도 투자자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라고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무상증자 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에프알텍과 오디텍은 LED사업을 주로 하는데, 올 2분기 LED시장은 경쟁 심화와 단가 하락 등으로 업황이 크게 악화됐었다. 이 때문에 서울반도체·루멘스같이 규모가 큰 LED업체들도 올 들어 주가가 최대 20~33%나 떨어졌다. 동종 업체들의 주가가 부진한 흐름에서 에프알텍과 오디텍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주가 하락 당연…투자 유의"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무상증자 후 주가가 하락하는 것이 일종의 착시현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무상증자 효과는 증자 이전에 미리 반영돼, 증자 후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에프알텍은 지난 4월 무상증자를 발표한 뒤 이틀간 상한가를 기록했다. 6880원에 그쳤던 주가는 3일 만에 9170원까지 뛰었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무상증자는 원래 주식 수만 증가할 뿐 기업 가치나 주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정상인데 투자자들이 갑자기 몰리는 바람에 주가가 급등했으니, 차익 실현을 위해 다시 파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