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스님, 랩 하신다고?

"황하아~수~ 거어어슬러~ 서쪽으로 흐을러~ 곤륜산 저어엉상에 치솟아 올랐으니…."

CD를 틀면 타령조의 곡조가 흘러나온다. 그런데 가사가 특별하다. 성철(性徹·1912~1993) 스님이 깨친 후 읊은 오도송(悟道頌)이다. CD를 이리저리 틀다 보면 '랩'도 나온다. "교도소에서 살아가는 거룩한 부처님들, 오늘은 당신네의 생신이니 축하합니다. 술집에서 웃음 파는 엄숙한 부처님들, 오늘은 당신네의 생신이니 축하합니다…"로 시작하는 성철 스님의 저 유명한 부처님오신날(1986년) 법어(法語)다. 이 법어에 "예~, 오~" 하는 추임새와 함께 흥겨운 리듬이 이어진다. 성철 스님의 유지(遺志)를 잇는 백련불교문화재단(이사장 원택 스님)이 최근 발매한 '성철 스님 육성과 함께 듣는 음악법문―성철 이야기' 음반이다. 우리 불교계에선 유례가 없는 파격적인 기획이다.

음반에는 출가송(出家頌), 오도송, 열반송(涅槃頌)을 비롯해 모두 30개의 노래와 녹음이 수록됐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우리가 바로 순금(純金)입니다. 욕심이 눈을 가려 자신을 모르고 밖으로 헤맵니다…"라는 성철 스님의 육성(肉聲)도 들을 수 있다. 평소 빠른 경상도 사투리 때문에 곁에서 모시는 제자들도 잘 알아듣기 어려웠던 게 성철 스님의 말씀. 그렇지만 이 녹음에서 성철 스님은 매우 이례적으로 또박또박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고 있다.

백련불교문화재단이 음반을 내게 된 것은 어렵게만 느껴지고 또 일부에선 신화화(神話化)하기도 하는 성철 스님의 말씀을 좀 더 대중에게 가깝게 전하기 위해서다. 원택 스님은 "처음 기획할 때만 해도 결과가 어떨지 자신 없었는데, 음반을 들어보니 큰스님의 뜻을 전할 수 있는 한 방편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3만원. 문의 신나라레코드 (031)266-7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