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과 루이비통 '엉뚱한 악수'에 증시는 박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이란 이종(異種) 기업이나 브랜드 간 공동 작업·협업을 뜻한다. 업종 간 경계를 뛰어넘어 서로의 장점을 잘 살리고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효과가 있다. 최근 공개된 이탈리아 자동차 브랜드 피아트와 가전 브랜드 스메그의 합작 냉장고나, 음료 회사 코카콜라 로고를 새긴 유니클로의 티셔츠가 대표적인 예다.

컬래버레이션은 투자업계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전혀 다른 사업 분야에 종사하는 회사에 투자해 신사업에 진출하는 사례가 많은데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어 주목된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루이비통 투자 유치에 11% 올라

지난 20일 연예 기획사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의 투자 펀드인 L캐피털아시아2로부터 610억원을 투자받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다음 날 회사 주가는 11.1%나 올랐다. 앞서 13일 투자 유치설이 처음 나왔을 때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디지털 방송 장비를 만드는 포티스도 21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드림위즈의 이찬진 대표이사 등이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힌 뒤 4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대표의 포티스 지분율은 6.8%가 된다. 이 외에도 연예 기획사 키이스트는 중국 인터넷 업체 텐센트의 투자 유치설이 나온 뒤 주가가 하루 만에 13.2% 상승했다. 이 투자 건은 결국 불발됐다. 마찬가지로 불발됐지만, 맥주 브랜드 '쪼끼쪼끼'를 운영하는 태창파로스도 작년 1월 케이제이건설로부터 48억원 규모 투자를 받기로 했다고 공시한 뒤 상한가를 기록했다.

◇시너지 기대감·네임밸류 중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회사의 투자 관계가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회사들이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와이지엔터테인먼트가 LVMH의 투자 유치를 계기로 패션 브랜드를 공동 출시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VMH그룹은 루이비통을 비롯해 펜디·지방시·마크제이콥스 등을 보유한 세계적인 패션 기업이다. 루이비통은 과거에도 미국 가수 칸예 웨스트와 손잡고 신발을 공동 제작·판매한 선례가 있다. 증권 업계 일각에서는 LVMH가 중국 시장에서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을 활용한 한류 마케팅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포티스 역시 이찬진 대표의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협업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포티스에 대한 투자 목적과 관련, 이 대표는 "넓은 의미에서 보면 신규 사업 진출이 맞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협업 방안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그는 밝혔다.

투자사의 네임밸류(이름이 가진 가치)도 중요하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갑호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름 있는 큰 회사가 투자하는 것이라면 향후 영업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생겨 주가에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공시 뒤 8% 넘게 하락하기도

그렇다고 이종 기업 간 투자가 주가에 늘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두 회사가 서로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되거나 투자를 받아도 회사의 성장으로 직결되리라는 보장이 없는 경우, 주가는 오히려 떨어지기도 한다.

토목·건축 업체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지난달 말 구주 인수와 제3자배정 유상증자,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비상장사인 더원결혼정보를 인수, 결혼 정보업에 뛰어든다고 밝혔지만 주가는 별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발표 다음 날 8.2%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성테크도 작년 11월 종자 회사인 이그린글로벌로부터 투자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주가는 다음 날 8.3% 떨어졌다. 이 회사 주가는 4일간 26% 가까이 하락했다. 당시 금성테크는 화장품 제조사로서의 변신을 꾀하며 이그린글로벌의 식물세포 배양 기술을 활용할 목적으로 업무 제휴를 맺었다고 밝혔지만 화장품 사업은 회사의 실적 개선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