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그녀, 100% 두뇌를 가진다면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신이 창조한 여자의 형상은 스칼릿 조핸슨(30)에 가까웠을 것이다. 21세기 대중이 쇄골과 갈빗대가 드러나는 여성에게 열광할 때 그는 잘 익은 복숭아처럼 하얗고 풍만한 육체와 고전미를 풍기는 금발을 갖고 스크린에 나타났다. 캘빈 클라인 모델보다 '비너스의 탄생'에서 볼 수 있는 여성의 원형, 혹은 태초의 여성에 훨씬 가깝다. 뤽 베송 감독의 '루시'(9월 3일 개봉)에서 신인류의 기원이 될 여성으로 조핸슨이 낙점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평범한 삶을 살던 여자 루시(조핸슨)는 얼떨결에 몸속에 강력한 합성 약물을 넣어 운반하는 일을 맡는다. 외부의 충격으로 약물이 몸속에 퍼지면서 그의 뇌 사용량은 100％에 가까워진다. 인간의 평균 뇌사용량은 10％에 불과하다. 루시 자신의 신체는 물론 타인의 신체를 조종할 수 있고 삼라만상을 꿰뚫어본다.

할리우드에서 여배우가 초능력을 가진 캐릭터로 단독 주연을 맡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조핸슨은 최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내가 지난 20년간 일한 결실은 이제야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루시를 "아주 놀라운 경험을 하면서도 자신을 평범한 사람으로 있게 해주는 것들과의 연결고리를 끊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여성"이라면서 "영화 말미까지 그를 인간적으로 만드는 섬세한 차이를 연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제가 원하는 배역은 육체적 요소보다는 복합적인 성격을 가진 캐릭터입니다. 전 캐릭터에 대해 상상을 하고,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생각하고, 그리고 그 캐릭터와 함께 살아갑니다. 제 일이 흥미로운 이유는 연기하는 배역에 영감을 받아 세월이 흘러도 그 경험을 토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거예요."

조핸슨은 남자, 그중에서도 유독 중년 남자들의 육체와 영혼을 흔드는 역할을 많이 맡았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어요'란 표정으로 눈을 한두 번 끔뻑이면 그 남자들은 사지가 풀린 채 주저앉았다. 17세에 1955년생인 빌리 밥 손턴을 파멸로 빠뜨리는 역할(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을, 19세에 1950년생인 빌 머레이(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와 1960년생인 콜린 퍼스(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마음에 격랑을 일으키는 역할을 맡았다. '루시'에서 조핸슨의 상대역으로 나온 중년 남자배우는 최민식(52). 잔인한 악당 '미스터 장' 역할이다. 루시를 만만하게 보고 그에게 마약 운반을 시키려다, 역시나 조핸슨 앞에 주저앉는다. 최민식 이야기를 꺼내자 조핸슨은 "오, 진짜 멋진 남자예요"라며 반겼다. "통역사와 함께 있었지만 우리 사이의 의사소통은 완벽했습니다. 그는 훌륭한 연기를 했고, 훌륭한 연기란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언어 같은 거예요."

아홉 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한 조핸슨은 미국 싱어송라이터 톰 웨이츠와 음반 작업을 했고, 감독 데뷔도 준비 중이다. 연출작으로 물망에 오른 것은 트루먼 카포트의 '서머 크로싱'. "궁극적으로 하려는 게 뭐냐"고 묻자 그는 "나의 종착점이 무엇이 될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그 시점이 좀 일찍 오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런 질문에 젊은 배우들은 대개 예술가로서의 포부를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조핸슨은 홀가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작품들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엔터테인먼트의 가치를 잘 알고 있어요. 제 목적은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게 아니에요. 무엇보다도 저는 엔터테이너이고, 제 목적은 계속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입니다. 이 산업의 그런 점들을 좋아하고, 제 직업의 그런 면들을 사랑하고 제가 그런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