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버스터(예술성+블록버스터)' 영화의 흥행은 거꾸로 간다

영화 '비긴 어게인'(감독 존 카니)이 개봉 18일 만에(8월 30일) 70만 관객 돌파했다. 이는 올해 다양성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77만 2880명)이 44일 만에 70만명을 돌파한 것보다 무려 26일이나 빠른 속도다.

'비긴 어게인'의 흥행 추세는 '거꾸로'다. 13일에 개봉했을 땐 박스오피스 순위 8~9위 사이를 오갔다. 이런 경우 대부분 2주차에는 새로 개봉한 영화에 밀려서 일일 관객 수가 줄어들고 박스오피스 10위 밖으로 나가게 된다. 그러나 이 영화는 2주차부터 오히려 5위로 올라서고 일일 관객 수는 개봉날보다 1만명 정도가 느는 날도 있었다. 3주차가 됐을 땐 '해무'를 제치고 '명량'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이런 흥행 추세는 올해 흥행한 다양성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녀'의 그것과 비슷하다. 이 두 작품도 개봉 초기에는 '10위권 밖'을 겨우 면했다가 개봉 2주차 이후에 박스오피스 순위가 올랐다.

이렇게 흥행이 거꾸로 가는 영화들의 공통점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둔 갖춘 다양성 영화, 일명 '아트버스터'라는 것이다. 블록버스터나 상업영화가 여러편 걸려있을 때 그 사이의 틈새를 노린다. '비긴 어게인'은 '명량' '해적:바다로 간 산적' '해무' 등 100억원대 국내 대작들이 잇달아 나올 때 개봉했다. 여러 편의 상업영화에 질렸거나, 애당초 상업영화를 거부하고 그 대안을 찾고자 했던 관객들의 요구에 부응한 것이다.

'비긴 어게인'은 록스타가 된 남자친구에게 배신감을 느낀 한 인디 여가수가 회사에서 쫓겨난 음반 제작자를 만나 함께 음악 작업을 하는 음악 영화. 올해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젊은 남녀의 사랑이야기, 희망을 주는 가족 이야기와 같이 소소한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마이클 베이가 제작하고 메간 폭스가 주연한 블록버스터 '닌자 터틀'(28일 개봉)은 '비긴 어게인'보다 상영 횟수가 2배 이상 많은데도 불구하고 박스오피스 순위는 낮다. 이미 여름 내내 블록버스터를 경험한 관객들의 선택이 명확히 드러난 셈이다.

거꾸로 가는 영화들의 또다른 특징은 입소문 덕을 많이 본다는 것이다. 규모가 작은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개봉 전에 홍보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가, 개봉 이후 영화를 본 관객들이 영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알려지는 것이다. 그 통로는 주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이다. 첫주의 흥행 성적이 저조해도 그 이후에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는 것도 이런 특징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