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영화, 누가 웃기고 누가 울릴까

극장이 쉴 틈이 없다. '명량' '해적:바다로 간 산적' '군도:민란의 시대' 등 사극 영화로 대회전을 치르자마자 또 원작이 있는 영화 두 편으로 정면승부를 벌여야 한다. 올해는 추석이 빨라 여름 성수기 영화의 여진이 가시기도 전에 명절 특수 영화가 개봉한다. 3일 개봉하는 '두근두근 내 인생'(감독 이재용·이하 두근두근) '타짜:신의 손'(강형철·이하 타짜2)이다. 배급사는 각각 CJ E&M('명량')과 롯데 엔터테인먼트('해적')이다. 원작, 배우, 감독 등으로 두 영화의 장단점을 비교해봤다.

①원작보다 나은 '청출어람'은?

'위대한 개츠비' '안나 카레리나' 같은 소설은 몇 번이나 영화화가 됐다. 아직 '원작보다 낫다'는 고사하고 '원작만큼 좋다'는 평을 받은 작품도 하나 없다. 원작을 접한 입장에선 '두근두근'과 '타짜2' 모두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김애란 작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을 읽으면서 눈물로 책을 적신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불가항력적인 비극 속에서도 희극적 찰나를 찾아내는 세심함과 부모·자식 간의 아이러니를 발견하는 영민함은 영화에서 찾기 힘들다. 영화는 원작의 감동적인 부분이나 주요 부분을 발췌해다가 나열한 것에 가깝다. 각 장면이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고, 이들을 하나로 관통할 수 있는 통찰이 없다는 것은 아쉽다. 그럼에도 원작 권말에 나온 대수(강동원)와 미라(송혜교)의 만남을 그린 단편이 영화에서 영상으로 구현되는 부분은 원작이 영화화되길 바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타짜2'의 경우에는 만화에서 보여줬던 사회적 맥락이 다 지워지고 주인공 대길의 성장 과정이 단 세 장면으로 압축이 된다. 대신 화투와 타짜들의 싸움이 갖는 오락적인 요소에 최대한 집중을 했고, 전개 과정도 빨라졌다. 상영시간 147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한 것은 단점이다. 중반 이후 모든 등장인물이 '만인에 대한 만인의 배신'을 시작하는데, 반전의 쾌감이나 긴장감이 없다. '아귀'(김윤석)가 나타나고 클라이맥스 화투판이 벌어지기 전까지의 과정도 불필요하다. 신세경과 이하늬의 노출 장면이 여기에 활력을 더하긴 하지만, 이것은 편법이다.

②강동원·송혜교 VS 최승현·신세경

최근 한국 영화 주인공들이 나무에 간신히 매달린 낙엽 같은 40대 남자배우들이었다면, 두 영화에선 모두 꽃잎을 활짝 열어젖힌, 화사한 벚꽃 같은 20~30대 배우들이 주인공을 맡았다. 하지만 강동원을 제외하면, 영화배우로서의 입지는 탄탄하지 않은 이들이다.

송혜교와 강동원이 17세에 아이를 가지는 바람에 청춘을 포기하며 비루한 삶을 사는 서른네 살짜리 부모로 어울릴까. 두 사람의 연기가 수상감까지는 아니어도 영화의 몰입에는 무리가 없을 정도다. 당초 이보다 더 큰 우려였던 최승현과 신세경은 반전에 가깝다. 최승현은 느닷없이 진지해지는 후반부보다 까불까불한 전반부에서 빛을 발하고, 신산함이 묻어 있는 신세경의 얼굴도 산전수전 다 겪은 젊은 여자로 제 역할을 다해낸다.

③이재용 VS 강형철

이재용 감독은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로, 강형철 감독은 '써니' '과속스캔들'로 이미 대중적 감각을 인정받았다. 작품으로 보자면 이재용 감독은 대놓고 드러내지 않으면서 취향을 슬쩍 흘리는 '서촌 멋쟁이' 같고, 강형철 감독은 왕년에 미아리나 천호동에서 '좀 놀아본 오빠' 느낌이다. 전자는 은근하고 여운이 남지만 깍쟁이 같은 구석이 있는 반면에, 후자는 촌스럽지만 흥이 나고 정겹다.

두 영화도 딱 이렇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더 웃기고, 더 울릴 수 있는데도 극단적 지점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탄탄한 원작에다가 이것저것 덧붙여봤자 다 사족이 된다는 것을 감독은 충분히 알고 있는 것 같다. 요란을 떨지 않는 영화임에도 마음에 잔잔한 동요를 일으키고 눈물까지 치밀게 한다. '타짜2'는 흥행 감독으로서 강형철의 재능을 다시 한번 입증한다. 필부필부들의 취향에 과녁의 눈 뚫듯이 적중한다. 촌스러울 정도로 순박한 사랑과 다찌마와리 스타일의 액션, 그리고 과하지 않은 욕설과 노출, 농담까지, 다 있다. 여기에 냉면 위 계란처럼 더해진 것이 바로 나미의 '빙글빙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