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술의 내부고발자

도자 평면에 그린 배 그림이 침몰하는 것처럼 비스듬히 걸렸고, 그 앞에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가져온 고기잡이 나무배가 놓였다. 작품명 'Whistle blower(내부고발자) 1'.

낡은 의자 50여 개를 쌓아올린 옆방 벽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WOW,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미술 교육, 안녕하십니까.' 작품명 'WOW'.

지난 29일부터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신상호 개인전―사물의 추이(推移)'에 전시된 두 작품 앞에 도예가 신상호(67)씨가 섰다. "세월호가 침몰할 때 어른들은 아무것도 안 한 채 손 놓고 있었습니다. 마치 '홍익대 미대'를 보는 것 같습니다. 훌륭한 인재 뽑아 놓고 그대로 썩는 걸 보고 있는…." 국내 미술계 양대 산맥인 홍대 미대 출신으로, 그곳 학장까지 지낸 신씨가 모교에 일침을 놨다. '내부고발자'란 제목은 자신이 이 학교 출신이란 의미를 담았고, '와우'는 홍대가 자리 잡은 와우(臥牛)산에서 따왔다.

신씨는 그간 흙 판에 유약으로 그림을 그린 뒤 고열에 구워 만든 '구운 그림', 구운 자기를 건축물의 표면에 붙인 '클레이아크' 등을 선보이며 도예의 영역을 넓혀왔다. 그런 그가 이번엔 아예 '설치 전'을 표방하면서 '논쟁적 주제'를 들이댔다. 왜 그랬을까. "나이도 들고 이제 내 작품 세계의 새로움만을 추구하기보다 사회 세태를 고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홍대 미대'를 꺼냈지만, 진짜 말하려는 건 우리 미술 교육 전반"이라고 했다. "창의성을 키우기보다 있는 창의성마저 죽이려 들고, 교육보단 등록금 장사에만 목매는…. 누군가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될 위험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호소력 강한 '설치'라는 장르에 도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추이, 즉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표현하기 위한 재료로 50여 년간 모은 잡동사니를 활용했다. 가까이는 청계천부터, 멀게는 런던의 포토벨로 마켓까지 발품 팔아 모은 창문틀, 수도 펌프, 방탄유리, 차고 문, 수레바퀴 등이다. 여기에 흙으로 구운 도자를 덧댔다. 이렇게 만든 작업으로 7개 전시장 전체에 신작 70여 점이 들어찼다.

신씨의 전시를 보는 홍대 측의 시선은 복잡한 듯하다. 현직 홍대 교수들에게 물었더니 "내부고발자라면 내부에 있을 때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비판도 있었고, "예술은 어디까지나 예술"이란 관조적 입장도 있었다. 논란을 겨냥한 예술인지, 논란을 승화한 예술인지,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전시 28일까지. 문의 (02)720-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