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에세이] 심심한 매미와 니이체

십 몇 년,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분이 작년 말 허리 시술을 하셨다. 반년 넘게 허리를 잡고 다니셨다. 다행히, 완쾌되어 편하게 걸어 다니신다. 함께 바람 쐬러, 사무실 아래 길가로 나갔다. 빌딩들과 가로수들 사이를 구름 따라 오며갔다. 여전히 맴맴 매미소리가 시끄럽다. 어디 있나 찾으려 다가서는데, 푸득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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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어르신이 허리에 손을 얹고 걸으시길래 물었다. "다시 어리가 아프세요?" 걱정하는 나를 보고, 웃으시며 지나가듯 말씀하신다. "그냥 심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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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심심해서'란 말이 매미소리가 되더니, 몸 속으로 들어와 더 크게 맴맴거리는 것이었다. 언제나 우리는 무엇인가 손에 잡으려 살아가고 있다. 세상 일부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인간 욕망이야 인지상정이다. 지금보다 더 아프지 않으려면 아니 심심하지 않으려면 그 뭔가를 잡고 있어야 하니까. 더 심심하다가 더 이상 실증을 내지 않으려면 그러다 계속 포기하지 않으려면 그랬다, 그러기 전에 '심심한 지금'을 뚜렷하게 직시해야 하리란 말로 들렸다. 자신의 현 모습을 명징하게 느끼고 있어야 한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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맴맴 소리 따라 이저리 발걸음을 옮기며, 남은 행복이란 '어떤 문제거리를 잡았다 놓는 일에 자유로와져야 한다.' 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나 '자신의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와진다'는 일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내 것으로 만드려는 일에 대해 두 개의 자로 그 어찌 상관없이 보이도록 번갈아 잴 수 있겠느냐는 거다. '많은 경륜과 시행착오를 거듭하면 될까?'하는 상상 아닌 걱정도 해본다. 물론 이도 괜한 걱정. 지금 그 무엇을 잡고 있거나 말거나 하는 것들은 나이와 상관이 없다. 핑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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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추의 등에서 혹을 떼어 놓는 일은 그의 영혼을 없애는 것과 같다'고 한다. 니이체의 말이다. 스스로 자유로워지기 위해, 내 부끄런 혹과 같은 것과 곳을 더 이상 만지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있는 그대로 놔두고 보려할 때, 그 문제의 실마리는 저절로 풀려지리란 것. 물론 더 잘 모르지만, 이럴 땐 내 어찌하랴, 지금도 무엇을 만지거나 놓거나 하는 일에서 자유로와지고 싶은 마음 굴뚝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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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는 즐거운 소리로 날아가며 계속 맴맴거린다. 또 엉뚱한 말이 내 귀에 맴맴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