造船·기계·건설社간 합병, 證市선 재미 못 봤다

조선이나 기계, 건설, 철강 등 좋지 않은 업종의 기업 간 합병이 잇따르고 있다. 1일엔 삼성그룹 내에서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편인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간 합병이 공식 발표됐다.

회사 측이 밝힌 합병 사유는 '시너지 극대화'. 삼성중공업은 해양 플랜트 제작 기술이 있고, 삼성엔지니어링은 설계 및 프로젝트 관리 회사인 만큼 두 회사를 합치면 해양 플랜트 분야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양사 합병 발표에 투자자들은 '일단' 환호했다. 1일 삼성엔지니어링은 12.5%, 삼성중공업은 6.2% 상승했다. 삼성중공업은 이틀째, 삼성엔지니어링은 닷새째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하지만 합병 효과를 낙관할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조선과 기계 및 플랜트, 건설사 간 합병 후 결국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잇따르는 문제 기업 간 합병… 효과는 별로 없어

그간 기계나 건설, 철강, 조선업체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비슷한 사업구조의 다른 계열사와 해당 업체를 합병시키는 사례는 적지 않았다.

동양그룹이 2011년 6월 동양메이저와 동양매직을, 코오롱그룹이 같은 해 9월 코오롱건설과 코오롱아이넷을 합병시켰다.

또 지난해 1월 STX중공업과 STX메탈이 합병했고 2월엔 두산중공업이 핵심 사업부인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 부문을 두산건설에 넘겼다. 그에 앞서 두산건설과 두산메카텍의 합병도 있었다.

그런데 주가로만 봤을 땐 합병으로 재미를 본 곳은 없었다.

동양메이저와 동양매직이 합병해 설립된 동양은 추가 부실이 드러나며 법정관리를 받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감자와 출자전환이 있었다. STX중공업도 그룹이 해체되면서 현재 거래가 정지돼 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한 데다 주요 사업 부문을 넘기기까지 하면서 주가가 하락세다. HRSG 사업 부문을 넘길 때만 해도 4만원 위에 있던 주가는 현재 2만7700원까지 떨어졌다. 두산건설은 두산중공업의 지원책이 나올 때는 2만원대 중반에서 3만3000원까지 반짝 상승했으나 현재는 1만1650원으로 밀렸다.

코오롱건설과 코오롱아이넷이 합병해 설립된 코오롱글로벌은 합병 전 2만원에서 한때 3만2000원대까지 반등했다가 현재는 8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문만으로도 주가는 떨어지기 일쑤다. 지난달 11일 모회사인 동국제강과 합병설이 돌았던 유니온스틸은 당일 주가가 11% 넘게 떨어졌고 회사채 금리는 6% 이상으로 치솟았다(채권 가격 하락). A등급임에도 BBB등급 수준의 금리가 된 것이다.

이외에도 한화건설과 합병설이 돌았던 한화가 연초 고전한 바 있다. 회사 측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한 뒤에야 진정됐다.

◇"업황 악화 국면에선 시너지 없어… 자금 조달 금리만 뛴다"

전문가들은 업황이 나빠지는 국면에선 합병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 증시 전문가는 "합병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부채비율 200% 이상인 기업들인데, 합병으로 자금조달 금리만 더 오른다"고 지적했다.

전날 상승하긴 했지만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에도 부정적 의견이 적지 않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모두 매출 성장에 대한 기대가 약한 기업"이라며 "두 회사가 강점이 있는 해양 프로젝트는 침체기인 반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추가 부실이 우려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두 회사 합병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의 부채비율은 각각 531%, 225%이며, 합병하게 되면 270% 정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