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리츠·종금社도 부동산 부양책 덕 본다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에 들썩인 것은 건설주에 그치지 않았다. 주택 건설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예상에 부동산신탁회사와 종금사, 리츠 주식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1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 따라 재건축이 활발해지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건설사 외에 이 업종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신탁사, 부동산 개발 사업 주도

부동산신탁회사는 지난 몇 년간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한국토지신탁·한국자산신탁·코람코자산신탁 등 11개 부동산신탁회사는 2011년에 순이익을 총 575억원 냈지만 작년에는 1222억원을 기록해 배 이상 늘었다. 올해 상반기 부동산신탁회사의 순이익은 73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증가했다.

성장의 배경은 부동산 개발 시장의 변화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많은 저축은행이 문을 닫은 이후, 금융권에 부동산 PF 대출을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대신 부동산신탁회사가 빈자리를 차지했다.

신탁사들은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사업 기획, 자금 조달, 시공사 선정, 공사 발주 및 관리, 분양 등 사업 전반을 대행하고 있다. 이를 '차입형 토지신탁'이라고 한다.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시행사 역할을 신탁사가 하는 것인데, 규모가 큰 신탁사는 신뢰도가 높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부동산신탁회사의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상반기 부동산신탁사의 영업수익 중 절반이 차입형 토지신탁에서 나왔다. 차입형 토지신탁 수수료는 총 사업비의 4.0~4.5%로, 분양 관리만 대행하는 관리형 신탁보수(0.06%)보다 크게 높다.

11개 부동산신탁회사 중 상장사는 한국토지신탁이 유일하다. 이 회사의 주가는 8월 이후 24.6% 상승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토지신탁은 차입형 토지신탁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 사업은 신탁사가 개발 사업에 대한 수익성을 판단해야 하고 자본 역량도 필요한데, 한국토지신탁은 경험이 많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아파트를 재건축하기 위한 연한이 종전 40년에서 30년으로 완화됐다. 재건축 시장이 활성화되면 부동산신탁회사의 혜택이 예상된다.

◇아파트 건설 증가 땐 종금업 수혜

우리나라에 종금사는 몇 남지 않았다. 그중 하나가 메리츠종금증권이다. 증권사의 이름을 갖고 있지만, 종금업 면허를 이용해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8월 이후 17.3% 올랐다.

새로운 수익원의 대표 주자는 '미분양담보대출확약'이다. 기존 부동산 개발 방식은 분양이 잘되지 않을 경우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가 이를 책임져야 하는 구조였다. 몇 해 전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자 많은 건설사가 부실에 빠지는 원인이 됐다.

미분양담보대출확약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을 지을 때 분양되지 못한 집에 대해 건설사에 담보대출을 해줄 것을 약속하고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건설사에 대해 메리츠종금증권이 일종의 보증을 서주는 셈이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분양분에 대해서만 주택 가격의 절반 아래로 대출해 주면 돼 위험이 작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 4월 말 4만5573호였으나, 점차 늘어 7월 말에는 5만1287호로 석 달간 12.5%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신규 주택 착공이 늘면, 건설사가 미분양 위험을 줄이기 위해 미분양담보대출확약을 더 많이 이용할 것으로 분석한다.

◇부동산 직접 개발 리츠에 주목

리츠(부동산간접투자회사)도 부동산 활성화 대책의 수혜주로 꼽힌다. 이코리아리츠는 8월 이후 41.1% 상승했고, 케이비부국위탁리츠는 16.7%, 광희리츠는 4.8% 올랐다.

리츠는 자금을 모아 건물과 토지 등 부동산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대부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회사다. 부동산을 취득해 임대 수익을 거두는 경우도 있지만, 이 리츠들은 직접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을 개발한 뒤 분양해 수익을 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향후 분양 시장이 회복되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