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나온 로또가게보다 1등 나올 로또가게가 낫다?

인천 서구에서 민경희(41)씨가 하는 로또 판매점 주변엔 1등이 나온 로또 가게가 두 곳이나 된다. 길 건너 20m 거리에 있는 가게는 2012년 10월에, 3㎞ 떨어진 다른 로또 가게에선 올해 5월에 '경축! 로또 1등 나온 집'이라는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로또 판매 10년째지만 민씨 가게에선 지난해 11월 2등이 나온 게 전부다. 민씨 가게의 월매출은 그러나 주변 1등 배출점보다 수백만원이 많다. '1등 나온 가게를 이기는 2등 로또 가게'인 것이다.

민씨의 가게처럼 근처 로또 1등 배출점보다 장사가 잘되는 2등 배출점이 전국에 18곳이다. 로또를 운영하는 나눔로또가 최근 1년간 1등 당첨자를 배출한 판매점과 같은 구(區)나 시(市)에 있는 2등 배출점들의 매출액을 비교한 결과다. 지역별로는 서울 2곳(종로·영등포구), 부산 1곳(해운대구), 인천 3곳(부평·서구), 대구 1곳(수성구), 광주 1곳(북구), 울산 1곳(남구), 경기 2곳(수원시), 경남 2곳(김해·창원시), 경북 3곳(경산·경주·포항시), 전북 1곳(전주시), 충남 1곳(천안)이다. 7대 광역시 중 대전만 유일하게 '1등을 이기는 2등 로또 가게'가 없었고, 충북·전남·강원·제주에도 이런 가게가 한 곳도 없었다.

나눔로또 관계자는 "로또 판매시장은 1등 당첨자가 나온 가게가 지역 매출을 독식하는 구조인데 이들 18개 판매점은 이례적인 존재"라고 말했다.

1등을 이기는 2등 배출점들은 대부분 한 곳에서 오래 장사를 했거나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지만 때로는 기발한 마케팅 덕을 보기도 한다. 가게 200m 인근에 1등 로또점이 있는 충남 천안시 봉명동의 한 로또 판매점은 작년 "1등 곧 터질 집"이란 문구로 재미를 봤다. 주인 양모(51)씨는 "덕분에 매출이 약 30% 늘었지만 1등 당첨자가 여태껏 없는 건 스트레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