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오른 금연정책] [1] 흡연자에게 年6조8000억(담뱃세) 걷는데, 243억만 금연에 써

정부는 11일 오전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담뱃값 인상 방안과 함께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한다. 담뱃값은 지금보다 1500~2000원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담뱃값 인상 논의는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인사청문회에서 담뱃값 인상 필요성을 밝힌 데 이어 문형표 복지부장관이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담뱃값을 현재보다 2000원 이상 더 올려야 한다고 밝히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담뱃값을 인상하겠다고 하지만 세수(稅收) 확보 차원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담뱃값을 1500원 올리면 담배 수요가 줄어도 연평균 3조6000억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고, 2000원을 올리면 연평균 4조6000억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야당은 "정부가 담뱃값에서 나오는 건강증진기금을 본래 용도가 아닌 엉뚱한 데 쓰고 있다"며 "담뱃값 인상은 구멍 난 세수를 메우려는 의도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정부가 올해 담배에서 거두는 건강증진기금 2조원 중 절반인 1조원을 건강 증진과 관련 없는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는 데 쓰고, 금연 사업에 쓰는 돈은 1.2%인 243억원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담뱃세에서 거두는 건강증진기금을 흡연자의 건강과 무관한 용도로 쓰는 것부터 고쳐야 담뱃값 인상에 대해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민 건강 증진? 세금 인상?

한 해 걷히는 담뱃세는 6조8000억원가량이다. 현재 2500원인 담뱃값은 제조원가와 유통마진이 950원이다. 나머지 60.2%(1550원)는 복지부·안전행정부·기재부·환경부·교육부 등 5개 부처가 세금·부담금 명목으로 떼간다. 담배소비세(641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354원), 지방교육세(320원), 부가가치세(227원), 폐기물 부담금(7원)이다.

복지부는 흡연율을 낮추려면 담뱃값 인상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제부처의 속내는 세수 확보에 있다. 당장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지자체들은 내년에만 2조6000억원의 세수입이 늘어난다. 내년에 기초연금 예산을 올해보다 8000억원이나 더 확보해야 할 지자체들의 재정 압박을 단박에 해결해 주는 규모다.

◇금연 사업비는 고작 1.2%만 배당

국민건강증진 기금은 매년 담배에서 거두는 1조5000여억원의 건강증진부담금으로 마련된다. 기금의 이자를 합쳐 올 지출 예산은 2조28억원이다. 하지만 이 돈의 사용처를 놓고 논란이 많다. 우선 전체 예산의 절반(50.9%)을 약간 넘는 1조191억원을 건강보험 재정에 지원하고 있다. 2002년 건보 재정이 파탄 나자 정부가 꺼내 쓴 돈이 바로 건강증진기금이었고, 지금껏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강증진기금을 건보 재정 지원에 쓰는 것은 애초 목적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 지원을 줄이면 국민이 건강보험료를 그만큼 더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김광기 인제대학원대학교 학장은 "건보 재정에 쓰더라도 이 돈을 건강검진 비용 지원 확대나 금연치료제의 건보 적용 등 명확하게 써야 국민이 수긍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건강증진기금의 본래 목적인 금연·절주·영양개선·보건소의 건강증진 사업 지원액은 7.2%(1436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금연과 흡연 예방 사업 지원액은 1.2%(243억원)밖에 안 된다. 학교나 군인의 흡연 예방 교육과 금연 홍보에 112억원, 전국 254개 보건소에 설치된 금연클리닉 예산 131억원 등이다. 금연클리닉 예산은 2009년 151억원에서 올해 131억원으로 줄었다. 서울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보건소마다 지원액이 평균 5000만원에 그쳐 금연 교육 대상을 여성과 직장으로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