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가볍게 혼자도 즐겁게… 역시 코미디였다

추석 연휴 직전에 개봉한 '타짜:신의 손'(3일 개봉·이하 '타짜2')이 10일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영화는 개봉일부터 추석 연휴 내내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하지만 추석 연휴의 진정한 승자는 10일까지 누적 관객 800만명을 동원한 '해적:바다로 간 산적'(8월 6일 개봉·이하 '해적')이다. 연휴 동안 하루 10만 명 이상의 관객들이 개봉한 지 무려 한 달이 지난 이 영화를 찾았다. 9일 하루에만 24만명을 동원하며 추석 연휴에 개봉한 '두근두근 내 인생'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추석에는 코미디 영화가 잘된다'는 흥행 법칙이 이번에도 딱 들어맞은 셈이다.

추석 연휴에 코미디 영화가 대세가 된 역사는 길지 않다. 80년대까지 "추석에는 개 두 마리만 무대에 올려놔도 흥행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영화계에서 통했다. 1년에 두 번, 추석과 설에 극장을 찾는 것이 연중행사였던 시절이었다. 장르 불문하고 극장에 걸면 흥행에 성공할 확률이 높았다. '취권'(1979) '채털리 부인의 사랑'(1981) '어우동'(1985) '백야'(1986) '다이하드'(1988) 등이 추석 연휴에 흥행했다. 액션과 멜로, 에로 등이 골고루 섞여 있었고 한국 영화나 외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도 않았다. 이런 현상은 90년대까지도 이어졌다. '총알 탄 사나이2'(1991)와 '접속'(1997)과 같은 영화가 모두 추석에 흥행을 했다.

추석의 흥행 공식은 2000년대 들어서 생겼다. 여전히 추석 연휴에 극장을 찾는 관객이 많지만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본격적인 성수기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추석이라고 아무 영화나 극장에 건다고 흥행을 할 수 없게 됐다. 이때부터 코미디가 추석 영화의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2001년 추석 시즌에 개봉해 54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조폭 마누라'의 흥행 이후 2002년 '가문의 영광', 2003년 '오! 브라더스', 2004년 '귀신이 산다', 2005년 '가문의 위기'와 '웰컴 투 동막골', 2006년 '가문의 부활'까지 추석마다 코미디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했다. 대부분 평단에서 혹평을 받은 작품이지만 추석에는 흥행이 평가와 반비례했다.

코미디에 추석 영화 흥행 공식으로 더해진 게 바로 사극이다. 지난해엔 '관상', 2012년에는 '광해'가 추석에 개봉해서 각각 913만명, 1232만명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개봉한 지 한 달 된 '해적'이 추석 때 뒷심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영화가 사극에다 코미디를 더했기 때문이다. 전찬일 영화 평론가는 "추석 연휴에는 극장에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이 몰린다. 이들에게 익숙하면서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장르가 바로 코미디와 사극이다"고 했다. 올해 추석의 숨겨진 승자는 '해적' 말고 또 있다. 9일까지 135만 관객을 동원한 다양성 영화 '비긴 어게인'(8월 13일 개봉). 록스타가 된 남자 친구에게 배신감을 느낀 한 인디 여가수가 회사에서 쫓겨난 음반 제작자를 만나 함께 음악 작업을 하는 음악 영화다. 개봉한 지 한 달이 다 돼가는데 오히려 일일 관객 수가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주인공 역을 맡은 키이라 나이틀리가 부른 '로스트 스타스(Lost Stars)'를 비롯한 곡들이 10일 현재 음원 사이트 OST 부문 상위권에 올랐다.

추석 특수를 노리고 3일에 개봉한 '루시'와 '두근두근 내 인생'은 9일까지 각각 134만, 106만명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