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가 만난 고수] "노후 수입원 중 자녀 비중 72%서 30%로… 선진국처럼 1% 될 것"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남편 1위가 뭔지 아십니까? 바로 집에 없는 남편이라고 합니다. 밖에 나가서 소액이라도 벌어와 주는 남편이 가장 좋다는 거죠. 평생 현역으로 살겠다는 마음가짐이야말로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꼭 필요한 노후준비 원칙입니다."

노후 설계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는 강창희 트러스톤 연금교육포럼 대표는 "은퇴한 다음에 매달 100만원씩 월급을 받는 것은 정기예금에 6억원을 넣어둔 것과 같은 효과"라면서 "노후에도 적게나마 현금 흐름을 계속 창출하는 쪽으로 생애와 자산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미래와금융연구포럼이란 회사를 만들고 강연 활동을 계속해 왔던 그는 이달 초 트러스톤 연금교육포럼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트러스톤 연금교육포럼은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은퇴·연금 관련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 만든 사회공헌 기구다. 1년에 300회가 넘는 강연을 소화할 정도로 경험과 이론을 두루 갖춘 실력자인 만큼, 2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는 현실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전략들로 가득했다.

그가 조목조목 짚어준 노후 대비의 원칙들을 머니섹션 M플러스가 소개한다.

―젊었을 때부터 노후 설계에 관심이 많았나.

"그렇지 않다. 내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던 운용사가 외국계 금융회사에 매각되면서 어쩔 수 없이 물러난 것이 터닝 포인트가 됐다. 평소 염두에 두었던 투자교육 업무를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투자교육연구소를 세우게 됐고 강연 활동을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젊은 사람들은 너무 먼 훗날이라며 노후 준비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점점 달라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저녁 강의를 하면 청중은 주로 은퇴했거나 은퇴 준비 중인 50~60대가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30~40대가 주류다. 사실 나이 든 퇴직 예정자들에겐 노후 대비책을 알려줘 봤자 준비할 시간도 부족하고 한계가 있다. 그냥 상황에 맞춰 사는 것밖에는 (딱히 방법이 없다)."

―강연할 때는 무슨 얘기를 들려주나.

"20~30대는 주식 사고팔고 하면서 불로소득 얻으려고 애쓰지 말고, 외국어 공부하고 자격증 따면서 본인 몸값을 높이는 데에 힘쓰라고 얘기해 준다. 이 시기에 가장 실속 있는 투자 엔진은 자신의 직업이기 때문이다. 40대는 자녀 리스크에 가장 신경 써야 할 때라고 조언해준다. 고소득자가 아닌 다음에야 요즘처럼 아이들 교육에 많은 돈을 쏟아붓는다면, 노후 자금 마련이 좀처럼 쉽지 않다. 가만 보면 자녀 교육과 노후 준비는 플러스 게임이 아니라 제로섬 게임이 된 것 같다. 제로섬 게임에선 어느 한 쪽을 늘리면 다른 한 쪽은 당연히 줄어들게 된다. 돈을 더 많이 번다면야 쉽게 해결되겠지만, 그게 어디 뜻대로 되는가. 제대로 된 후반 인생을 살려면 단순히 돈을 뛰어넘어 일종의 '의식 개혁'이 필요하다."

―교육비는 노후 준비의 적(敵)인가.

"198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노인들의 노후 수입원 중 자녀의 도움이 72%를 차지했다. 그런데 그 비율이 지금은 30%까지 낮아졌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은 0.4~1.9%에 불과하다. 앞으로 우리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될 것이 분명하다. 선진국 어디에도 자식이 부모를 책임지고 부양하는 나라는 없다. 정년까지 직장을 다니면서 부모를 봉양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자녀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자녀는 부부가 철학을 갖고 소신 있게 키워야 한다. 그래야 아이도 살고 부모도 산다."

―50~60대는 어떻게 해야 하나.

"보유 자산을 점검해 보고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다면 금융자산 비중을 높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점차적으로 금융자산 비중을 높여가는 전략이 현명하다. 부채는 줄이고 퇴직 후 할 일도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부부가 함께 체면을 버리고 허드렛일이라도 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교장 선생님이 은퇴 후에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은행 지점장이 건물 청소를 하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저금리 때문에 이자 수익만 갖고선 살기 어려워졌다.

"은퇴해서 수입이 줄어들면 지출도 따라서 줄여야 하는데, 현실은 말처럼 쉽지 않다. 회사를 그만두면 돈 쓸 곳도 자동적으로 줄어들 것 같은데, 한 번 올라갔던 생활수준은 좀처럼 낮추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은퇴 후에 단기 재테크, 그러니까 주식 같은 데에 투자해서 생활비를 마련해 보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금융시장에 오랫동안 몸담아왔던 경험을 고려해 보면, 단기적인 재테크는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다. 현역 시절엔 재테크에 실패해도 만회할 시간이 있지만, 정년 후에는 그럴 시간이나 기회가 없다."

―저성장 시대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고 말하면 다들 김새는 표정부터 짓는다. 고도 성장기를 살아온 우리는 나름대로 아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선진국 사람들이 우리를 보면 낭비가 심하다고 말한다. 자동차나 결혼 비용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예전에 일본에서 서점에 갔더니 절약 관련 책들이 많아서 놀랐었는데 요즘 우리나라 서점에도 가보면 그런 종류의 책들이 즐비하다. 선진국이 걸어간 길을 우리도 따라가는 셈이다."

―직장인의 인생 후반 준비법이 궁금하다.

"1940년대생 남성이 직장에서 45세까지 근무할 확률은 80%였다. 그런데 1960년대생 남성의 경우 45세까지 일할 확률은 20%대 초반까지 낮아진다. 신입사원은 아마 현 직장에서 10년 이상 일할 확률이 10%대 정도일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젊은 세대에게 냉혹해진 것이다. 그러니 그만큼 현역일 때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과거 수명이 80세일 때는 '공부→취업→은퇴'라는 삶의 방식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는 '공부→취업→공부→재취업'과 같은 삶의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