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9 통장에 1000만원만 넣어 주세요."
요즘 증권사 PB센터는 이른바 '9999년 통장'을 만들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9999년 통장이란 만기를 9999년 12월 31일까지 길게 늘린 세금우대종합저축의 별칭이다. 세금우대종합저축은 20세 이상 일반인이 1000만원 한도까지 이자·배당소득에 대해 9% 분리과세 혜택을 챙길 수 있는 절세 금융상품이다(60세 이상은 3000만원). 예·적금을 비롯해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채권 등 다양한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일반 통장(14%)에 비해 세율은 낮으면서 분리과세 혜택이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런데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서 이 상품을 2015년 1월부터 없애겠다고 하자 큰손들이 사실상 만기가 무제한인 9999년 통장에 서둘러 가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기상 미래에셋증권 여의도영업부 차장은 "기존 가입자는 만기 시점까지는 절세 혜택을 챙길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재테크 전략"이라며 "1년 이상 유지 조건만 만족시키면 언제 해지해도 절세 혜택이 주어지니 소비자 입장에선 최대한 만기를 길게 해서 가입해 두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9999년 통장 내에서는 펀드, 채권, 머니마켓펀드(MMF)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자유롭게 환매도 할 수 있는데, 자금을 계좌에서 빼지만 않으면 절세 혜택은 계속 유지된다.
여의사 황모(45)씨는 "금융소득에 합산되지 않는 분리과세 혜택이 있기 때문에 해외 펀드나 배당주 펀드를 운용할 때 유리하다"면서 "원래 갖고 있던 세금우대통장 만기가 2017년이었는데 PB 조언을 듣고 만기를 9999년으로 부랴부랴 갈아탔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기존에 거래하던 금융회사에선 9999년 통장에 가입할 수 없다면서 돈을 들고 찾아오는 신규 고객들이 늘고 있다"면서 "한 푼이라고 절세해 보려는 40~50대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자산가들의 9999년 통장 러브콜이 이어지자 10~20년 등 상대적으로 짧은 만기 통장만 팔고 있던 증권사들은 뒤늦게 시스템을 정비해 신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9999년 통장은 대우증권·미래에셋증권·대신증권 등 증권사들이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