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환경을 통째로 담은 건강 밥상의 메카가 되다

주민은 4044명이지만 배출된 박사(博士) 수가 145명에 달해 '박사 마을'로 유명한 강원도 춘천시 서면. 그 서면이 '건강 음식의 메카'를 선언했다.

12일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에서 열린 13회 '서면인의 날' 행사에서 최중하(62) 이장단 협의회장은 "많은 박사가 배출됐지만 서면 자체는 지리적 여건으로 낙후됐다"며 "건강한 먹거리를 통해 서면을 알리고 발전시킬 것"이라 했다. 서면인의 날은 이 마을 출신 한승수 전 총리가 2001년 유엔총회 의장이 된 것을 기념해 제정됐다. 이날도 한 전 총리가 영국 출국을 하루 늦추고 행사에 참석했다.

의암댐을 끼고 있는 서면은 자연경관이 수려하다. 그러나 춘천에서도 오지라 불릴 정도로 교통이 불편해 발전이 늦어졌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주민들이 선택한 것이 '건강'이다.

주민들은 서면에서 생산된 들기름·표고버섯·발효식초 등을 닭갈비·막국수 등에 넣어 건강을 증진하는 방안을 내놨다. "기존 닭갈비와 막국수의 업그레이드 작업"이라 했다.

역점 사업은 들기름이다. 2010년 산림청에 의해 산촌생태마을로 지정된 덕두원2리 명월마을이 주도하고 있다. "그 돌 틈에서 자랐다"는 의미의 '고돌틈이' 들기름을 상표 등록하고 본격 생산에 나섰다. 처음엔 비빔밥에 들기름을 넣어 비벼먹는 방안을 연구하다가 강원 음식의 대명사인 닭갈비·막국수에 주목하게 됐다. 내년도 생산 계획은 1만5000병(360㏄ 병 기준). 작년 9월엔 '꽃피는 산꼴'이란 영농조합법인을 만들고 들기름 가공공장도 세웠다. 이달 들어서만 전국 300가구에서 주문이 왔다.

주민들은 건강식품의 생명은 '믿음'이라 보고, 직접 들기름 짜기에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50명이 숙박할 수 있는 서면의 펜션에서 원두막을 짓고, 직물 염색을 하면서, 들기름을 짜는 의식주 체험이다. 닭갈비용 닭은 주민들이 각자 20여마리씩 자체 사육한 토종닭을 사용한다.

이들 외에 눈, 혈액순환, 갱년기 등에 좋다는 아로니아베리, 발효식초 등도 생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주민들은 충북 괴산의 발효아카데미에서 교육도 받았다.

유근선(54) 이장은 "서면의 청정 환경이 음식에 다 들어갔다"며 "건강 밥상 하나를 통째로 수도권으로 보내겠다는 각오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서면의 또 다른 자랑거리인 민물회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서면 오월리 매운탕골의 김순녀(60)씨는 "춘천 민물회는 춘천댐이 생기기도 전인 50여년 전에 들어섰다"며 "서울에 장소를 마련해 춘천의 쏘가리, 산천어 등 민물회를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