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人] 부채시계 만든 LH "연내 금융부채 100조 이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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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에 있는 1층 로비 벽면 대형 전광판에 기록된 숫자이다. 이 전광판은 LH가 떠안고 있는 금융 부채 총액을 실시간(實時間)으로 알려주는 '부채(負債) 시계(debt clock)'다. LH는 국내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달 20일부터 '부채 시계'를 가동했다.

이재영 LH 사장은 12일 본지 인터뷰에서 "뉴욕 맨해튼에 있는 '국가 부채 시계'를 벤치마킹한 것"이라며 "매일 부채 증감 현황을 사내외에 투명하게 알려 임직원 모두 위기의식으로 무장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LH는 작년 말 현재 105조원을 웃돌았던 금융 부채를 최근 100조원대로 낮춰 5조원 넘게 줄였다. 2009년 LH 출범 후 빚이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올 연말까지 1조원 정도 줄이는 게 목표였는데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 연내 100조원 밑으로 감축하는 것도 기대해 볼 만합니다."

이 사장은 예상 밖의 성과를 거둔 비결로 "직원들이 재고(在庫) 자산 판매에 총력을 기울인 덕분"이라고 말했다. 실제 LH는 올해 7월 말까지 토지와 주택을 합쳐 12조원어치를 팔았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75%쯤 늘어난 것이다. 부동산 경기(景氣)가 일부 회복된 데다 '수요자 맞춤형 판매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이 판매 전략의 대표 사례는 LH 본사 1층에 있는 '통합 판매센터'다. 토지 구입을 원하는 기업과 개인에게 대출을 알선하고 무료 세무·법률 서비스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곳이다.

"올 3월에는 22개 지역본부장과 판매 목표 달성 계약을 맺었어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옷을 벗도록 하고, 성과가 나면 인사(人事)평가로 확실한 신상필벌(信賞必罰)을 약속했습니다."

이 사장은 하지만 "공공사업이 많은 LH의 특성상 단숨에 부채를 줄이기 힘든 측면도 있다"고 했다. 임대사업이 그런 경우다. LH는 임대주택 1채를 지을 때마다 1억1000만원, 연간 운영 비용으로 100만원씩 적자가 나는 구조다. 정부의 요구대로 매년 5만가구씩 임대주택을 지으면, 빚이 5조원씩 늘어나는 셈이다.

이 사장은 "임대주택 건설에 따른 LH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간자본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 율하지구의 경우 민간업체와 공동 택지개발을 하고, 경기 화성 동탄과 하남 미사지구에서는 10년 공공임대주택을 민간과 함께 리츠 방식으로 건립할 방침이다.

"올해 신규 사업 물량 14조원어치 가운데 30% 이상을 민간 합동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간 임대주택은 매년 최소 30% 이상 리츠 방식으로 공급할 생각입니다."

신도시 개발 중단 방침을 담은 정부의 '9·1 부동산 대책'으로 서민용 공공아파트 분양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이 사장은 "LH가 보유한 공공택지만으로도 향후 60만가구 이상 더 지을 수 있다"며 "도심 공공주택이나 도시 재개발 참여 확대 등을 통해 중소 규모 택지개발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재개발 사업은 갈수록 개발이익이 줄어드는 반면, 주민 부담은 커져 사업이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지원과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이달 15일부터 미국 뉴욕에 있는 국제신용평기관 S&P와 무디스 본사를 찾아 신용등급 상향 문제를 논의한다. LH는 S&P와 무디스로부터 각각 B�, B₂등급을 받고 있다. 그는 "그동안 부채 문제로 신용등급이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며 "올해 부채가 줄고 영업이익도 대폭 늘어난 만큼 신용등급 상향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경남 합천 출생으로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이 사장은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 등을 거쳐 작년 6월 자산 규모 기준 국내 최대 공기업인 LH 사장에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