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술관 '황소걸음' 展

고뇌는 예술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일제 치하, 6·25전쟁, 남북 분단이라는 비극이 연이어 밀려온 우리 근현대사는 그 시대를 산 작가들에겐 뜨거운 예술혼을 불태우는 동력이 됐다. 슬픔과 아픔이 예술혼으로 승화돼, 그 어떤 시기보다 풍성한 예술 작품이 탄생했다. 새롭게 도래한 서구 양식과 우리 전통 양식이 공존하면서 치열한 고민이 펼쳐지던 때이기도 하다.

이 시기 거장들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이 개관 2주년 기념 소장품전으로 기획한 '황소걸음: 천천히, 강하게 그리고 멀리'전이다. '국민작가'로 불리는 이중섭·박수근을 비롯해 김환기·천경자·이인성·유영국 등 주요 작가의 작품 60여점이 전시됐다.

이중섭의 대표작  '황소'〈사진〉, '싸우는 소', '길'을 비롯해 은지화, 드로잉, 엽서화가 나왔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박수근의 '우물가'도 전시됐다. 1953년 제2회 국전 서양화부 특선 수상작으로 박수근이 작가로서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다. 한국 모더니즘 미술 대가 김환기의 '산', '겨울밤'도 선보인다. 문의 www.seoulmuseum.org, (02)395-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