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드라마가 칙칙혀? 이젠 청춘의 場이여∼

배경은 ○○도 소울면(soul面) 하두록리(hard rock里). 주인공은 4인조 꽃미남 록밴드다. 판타지인가 싶지만, 농촌 드라마다. 다음 달 방영 예정인 SBS 주말극'모던 파머'는 음반 제작비를 벌기 위해 로커 4명이 '일시 귀농'해 배추 농사를 짓는다는 얘기다. SBS 오진석 PD는 "중·장년이 아닌 대책 없는 '청춘'을 다룬다. 루저 의식 팽배한 젊은이들이 좌충우돌 귀농 생활을 통해 커 가는 줄거리"라고 설명했다.

농촌 드라마(이하 '농드')가 변하고 있다. 과거 MBC '전원일기'나 KBS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등 정통 농드가 가부장적 가족 제도, 이웃 간 정(情) 등 전통적 가치를 표방했다면, 이젠 웃음 농도 진한 이른바 '예능형 농드'다. 지난 7월부터 방영 중인 tvN '황금거탑' 역시 마찬가지. 케이블 드라마의 히트 상품 '푸른거탑'의 농촌 버전인데, 이 드라마를 쓴 정인환 작가는 예능 작가 출신이고, '모던 파머'의 김기호 작가 역시 '푸른 거탑'을 집필한 예능 작가다.

지난해에만 3만2000여 가구, 역대 귀농 인구 최대치를 기록한 통계를 반영하듯 최근 농드는 모두 귀농을 소재로 한다. tvN 민진기 PD는 "귀농은 이미 직장인들 사이에 화두로 자리 잡은 지 오래고, 농촌은 도시보다 더 다양한 관계가 얽히고설킨 공간"이라며 "대가족, 부농·소작, 노총각, 외국인 며느리가 낀 고부 갈등, 소규모 권력관계 등 코믹하게 풀어낼 이야깃거리가 많다"고 말했다.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현실 반영은 구체적이다. 영농 대출, 외국인 며느리가 겪는 고부 갈등, 배추 값 파동, 인원 미달에 따른 폐교 등이 에피소드로 등장한다. 오진석 PD는 "시골을 덜 떨어진 공간으로 과장되게 희화화하는 대신,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려 현실감 있는 웃음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농드도 여러 변화 과정을 거쳤다. 2007년 방송된 KBS '산 너머 남촌에는1'이 현대화된 시골의 실상을 그리는 데 주력했다면, 2006년 KBS '포도밭 그 사나이'는 기존 농드의 분위기를 확 바꾼 대표적 예다. 당시 박홍수 농림부 장관이 감사의 뜻으로 제작진을 찾았을 정도로, 농촌을 고루한 촌동네가 아닌 로맨틱 코미디의 장으로 설정한 첫 시도였다. 여기에 변화의 속도를 붙인 게 예능 프로다.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씨는 "연예인들이 농촌에 직접 내려가는 체험형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붐을 이루면서 시청자와 농촌의 거리가 좁혀졌다"고 말했다. KBS '1박2일' '청춘불패' MBC '사남일녀' tvN '섬마을 쌤' 등에서 연예인들이 시골 어르신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한집에 들어가 생활하는 모습이 농촌의 칙칙함을 누그러뜨렸다는 분석이다. 윤씨는 "'전원일기'류의 농드가 자취를 감춘 것은 농촌에 대한 시청자의 감각이 달라지면서부터였다. 감성의 변주를 통해 농촌의 감수성을 되살리고 드라마 소재도 풍성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