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중력이 꽃핀다

중력이 달라붙고, 중력이 튀김 기름에 물이 튕기듯 던져 버린다. 앞다리가 나가면 앞다리를 물귀신처럼 잡아당기고, 뒷다리가 지면서 떨어지면 튕겨내듯 공중으로 튀어 오른다. 팔의 관절 부위와 손 부분도 비슷하게 중력이 당기고, 추스르고, 밀어낸다. 땅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사람의 근육을 당기고, 민다.

이때는 땅이 평평하지 않게 느껴진다. 하나의 잡아당기고, 튕기는 공간이 된다. 인간의 근육은 중력을 만나서 이만큼 달릴 수가 있다고 한다. 중력이 없어지면 높은 곳에서 떨어져 다치는 일은 없겠지만, 이곳에서 저곳으로 걷고, 달리고, 뛰어오를 수 있는 근력이 문어의 그것처럼 될 수도 있다.

밤에는 몸에 대한 자기 반응이 아침보다 더 민감해지고, 본능적이 된다. 눈에 의존을 안 할 수는 없지만, 눈이 정확한 감촉을 못 하는 곳을 근육은 몇 초 전의 내용대로 충실히 수행해 나간다. 그때 중력이 다리와 팔에, 복근에 영향을 밀접하게 해낸다.

땅과 바람과 몸속의 불같은 에너지가 보이지는 않아도 마치 거대한 물방울이 바퀴 굴러가듯 가는 게 달리기인지 모른다. 생명의 불이 연소하면서 근육은 땅을 내딛고 구르고, 땅에서 거대한 중력이 이에 연동해 사실상 근육을 보이지 않게 잡고, 어르고, 타이르며 안전하게 다음 동작의 지점으로 연결해 주는 것인지 모른다.

혼자 달리면 달려질 수 있는 공간은 다 중력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마라톤 벌판에서 죽은 자도 중력이 도와주는 이상의 힘을 내다가 쓰러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밤에 달리기를 하면서 인간은 홀로 달리는 게 아니라 우주가 도와주어 달려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땀방울이 샘솟으면 중력도 다리에서 꽃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