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외곽에 '미니 신도시급' 대단지 봇물

17일 낮 기자가 찾아간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수도권 전철 분당선 기흥역 바로 옆 넓은 공터에는 도로와 공원 공사가 한창이었다. 기흥역 일대 24만㎡ 넓이 부지에 아파트 5100가구와 AK백화점을 비롯한 상업 시설 등이 들어서는 도시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이다. 롯데건설은 이곳에 처음 선보이는 '롯데캐슬 레이시티'(아파트 260가구·오피스텔 403실) 단지를 18일부터 분양한다. 정근홍 롯데건설 이사는 "작년 4월 용인 경전철 기흥역이 개통해 교통이 편리해진 데다 이달 초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까지 겹쳐 올 하반기가 최고의 타이밍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수도권 일대에서 5000가구 안팎의 '미니 신도시급' 대규모 주거 단지 분양이 줄줄이 시작된다. 이 단지들은 주거·상업·산업 같은 기능을 고루 갖춘 것이 특징이다.

◇수도권 외곽에 '미니 신도시' 붐

대규모 단지 분양은 주로 경기 용인·평택·광주시 같은 수도권 외곽 지역에 몰려 있다. 이 가운데 평택은 주한미군 이전(2017년)과 삼성전자 고덕산업단지 입주(2016년) 영향으로 주택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평택시 '용죽지구'에는 74만㎡ 부지에 총 4356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예정돼 있다. 이곳에 올 11월 '비전 푸르지오'(761가구)를 분양하는 대우건설은 내년까지 1800가구를 착공한다는 방침이다.

GS건설은 평택시 칠원동·동삭동 일대에 약 6000가구 규모의 '평택 동삭2지구'를 내년 초 분양한다. 시장 조사를 거쳐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중소형 단지로 꾸몄다. 허태열 GS건설 상무는 "내년 상반기 중 평택 동삭2지구와 2800가구 규모의 경기 고양시 '식사2지구'까지 착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도권 외곽 지역은 최근 교통 여건이 개선돼 주거지로서 가치가 오르고 있다. 내년 하반기 처음으로 전철(성남~여주 복선전철)이 뚫리는 경기 광주시에서는 총 1만가구에 달하는 아파트 분양 물량이 대기 중이다. 현대건설은 올 연말 광주 '태전지구'에 45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분양을 시작한다. 포스코건설도 경기 광주에서 2800여가구를 지을 예정이다.

◇대단지 편의시설·교통 등 양호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수도권 아파트 대단지들이 최근 활발해지는 것은 올 들어 집값이 조금씩 안정되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청약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영향이 크다. 경기 광주시에서 올 7월 'e편한세상 광주역'(2122가구)이 평균 3.1대1 경쟁률로 분양에 성공하면서 '대단지 미(未)분양 공포'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 경기 김포시에서 올 5월 공급된 '한강센트럴자이'(4079가구)는 초기에는 미분양이 대거 발생했으나 여름 이후 빠르게 팔려나가고 있다.

수도권 대규모 아파트들은 대개 전철을 비롯한 교통 시설, 학교 같은 기반 시설을 갖춘 곳이 많고 주차장·공원 같은 편의시설도 양호한 편이다. 권일 '닥터아파트' 팀장은 "건설사들이 미분양 사태를 막기 위해 분양 가격을 낮게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의 신도시 개발 중단 방침에 따라 수도권 외곽 대단지 아파트들의 희소가치가 올라갈 것이기에 수요는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파트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는 것은 부담이다. 이번 달에는 올 들어 가장 많은 6만9000여가구가, 다음 달에는 올해 두 번째로 많은 4만5000여가구가 각각 분양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건설사들이 오래 묵혀둔 사업지들이 많아 투자 가치는 장담할 수 없다"며 "따라서 차익(差益)을 노리는 투자보다는 실거주 목적이나 임대 사업을 목적으로 청약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