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주 펀드로 들어온 돈 85%가 수익률 높은 신영운용 펀드로 유입 "우선주 위주… 환매시 수익률 악화… 운용 철학 확실한 곳에 투자를"
"이제 끝물이 아닌가 싶다가도, 막차는 타야 한다는 생각에 가입했어요." 직장인 신혜선(28)씨는 요즘 배당주 펀드만 한 상품이 없다는 증권사 직원의 추천에 가입을 서둘렀다. 펀드업계에서도 '배당'이 들어간 신상품을 하루라도 빨리 내놓기 위해 분주하다. 하지만 1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3~4개 펀드로 쏠리다 보니 펀드 매니저들 사이에서도 과열 양상으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배당주 펀드에 들어온 돈 85%는 신영운용 펀드로
올해 배당주 펀드의 인기는 공모 펀드 중에서 독보적 수준이다. 코스피지수가 2000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하자 인덱스 펀드, 중소형주 펀드 등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6조원 가까운 돈이 빠져나갔지만 배당주 펀드에는 1조5000억원이 들어왔다.
그런데 들어온 자금 중 85%가 신영자산운용의 상품으로 몰렸다. 지난 2003년 설정된 신영밸류고배당(주식)C형으로 8794억원이 순유입됐고 신영고배당자(주식)C1형(2054억원), 신영프라임배당[주식]종류C1(1291억원)으로도 돈이 많이 들어왔다.
투자자들이 다른 배당주 펀드를 제쳐두고 신영자산운용의 펀드를 선호하는 까닭은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신영밸류고배당(주식)C형은 설정 이후 수익률이 544.0%로 배당주 펀드 중 가장 높다. 신영고배당자(주식)C1형, 신영프라임배당[주식]종류C1도 300% 가까운 수익을 냈다.
◇올해 출시된 펀드만 10개… 포트폴리오 대부분 겹쳐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 중인 배당주 펀드는 45개인데 이 중에서 올해 설정된 것이 10개다. 이번 달에만 4개가 새로 출시됐다. 운용사와 판매사에서는 투자 종목을 선정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강조하지만, 담은 종목은 비슷하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대기업 우선주나 SK텔레콤, KT&G, 기업은행 등 그동안 시가 배당률(연말 기업 주가 대비 1주당 배당금 비율)이 높았던 종목이다. 배당주로 지목된 SK텔레콤과 KT&G는 올 들어 8월 말까지 주가가 18.7%, 27.4%씩 올랐다.
이 때문에 배당주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도 최근의 인기가 달갑지만은 않다. 한 펀드 매니저는 "수익률을 높이려고 우선주를 펀드에 많이 담는 경우가 많은데, 자금이 들어올 때는 상관이 없지만 환매될 때는 유통 물량이 적어 펀드 수익률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운용사는 '배당주 펀드'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상품인데도 배당 성향과 배당 수익률과는 관계없이 시가총액이 큰 종목에 총자산 대부분을 투자하고 있다. 한 국내 자산운용사 배당주 펀드의 운용 보고서를 보면 지난 7월 기준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물산, 현대자동차에 총자산의 30%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 올 들어 이 종목들의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에 펀드 수익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해 일반 주식형 펀드와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도 배당주 펀드를 찾는 수요가 끊이지 않자 운용사에서는 계속해서 신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달 초에 설정된 KB리서치고배당(주식) A클래스로는 불과 2주 만에 77억원이 들어왔다. 트러스톤장기고배당자[주식]A클래스로도 출시 열흘 만에 13억원이 순유입됐다.
◇장기 투자하고, 무늬만 배당주 펀드 아닌지 확인해야
전문가들은 배당주 펀드가 주로 보수적 성향의 투자자들이 선택하는 장기 투자 상품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배당주 펀드는 배당을 받고 이를 재투자하는 식으로 수익률을 높이기 때문에 단기 차익을 기대한다면 다른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또 펀드 평가사에서 제공하는 운용 보고서를 통해 어떤 종목에 투자하고 있는지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펀드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운용 철학에 맞는 종목인지를 고려해 펀드를 골라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