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에… 소황제株(애니메이션·완구)·효도株(헬스케어·의료) 잘나갑니다

한국판 '소황제'의 눈길을 잡거나, 지갑이 두둑한 노인을 주목하라.

'소황제(小皇帝)'란 말은 중국에서 정부의 1자녀 산아 제한 정책 실시 이후 집안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는 외동아들이나 외동딸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 부모 세대가 한 명의 자녀를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면서 국내 음식료, 유아용품 등의 업종에 속한 종목들이 수출 실적 개선 기대감에 주가 상승 폭이 컸다.

한데 이번에는 소황제를 향한 주식시장의 눈길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오고 있다. 지난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정부의 강력한 내수 부양책 시행으로 국내 소비 경기가 점차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늘어나면서 문구, 완구, 캐릭터 등의 업종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출산율이 중국과 별반 다를 게 없는 1.19명까지 떨어지면서 어린이들이 선호하는 이 제품들의 소비 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력을 갖춘 국내 노령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의료나 제약, 건강기능식품 등 노인 복지와 관련된 업종 역시 강세다. 주식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정부 경기 활성화 수혜주로 꼽혔던 건설과 금융주에서 소비 증가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저출산, 고령화 관련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니메이션-캐릭터 선순환 구조… 저출산 최대 수혜주

국내에서는 최근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제작업체나 완구업체 등을 저출산의 주요 수혜주로 꼽는 의견이 많다. 애니메이션 콘텐츠 제작업체인 대원미디어는 최근 한 달간 주가가 36.1% 뛰었다. 과거 '지구용사 벡터맨' 등의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과 유희왕 카드 사업 등으로 많은 이익을 냈던 대원미디어는 최근 '곤 시즌2' 등 기대작들이 TV에 편성돼 높은 인기를 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터닝메카드'를 제작한 손오공(23.3%)과 '유후와 친구들'을 만든 오로라(24.6%), 극장용 애니메이션인 '넛잡'을 제작한 레드로버(8.6%) 등 다른 애니메이션 제작 상장사들의 주가도 최근 한 달간 상승세를 보였다.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뽀로로' 캐릭터가 붙은 자전거와 장난감 차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업체인 유진로봇은 최근 한 달간 주가가 30% 상승했다.

◇의료·제약 이어 노화 방지 관련 종목도 강세

노인 복지 관련주도 국내 소비 경기 활성화의 주요 수혜주로 꼽힌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데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경우 자금력을 갖춘 노인층의 소비 성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생기고 있다.

인공 관절과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셀루메드는 한 달간 주가가 36.4% 상승했고, 오스템임플란트(9.4%)와 대한약품(6.3%) 등 다른 의료, 제약 관련 종목들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중국 수출 증가에 대한 기대로 상승률이 높았던 화장품 업종의 일부 종목들도 노령화 관련주로 부각되면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관련 지원 법안으로 수혜도 기대

전문가들은 관련주의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산업의 경우 최근 편성 제도 개선으로 하반기에는 TV 편성 분량이 더 늘어나는 데다, 최근 국산 애니메이션을 구매하는 방송사에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지원 법안도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또 치과용 임플란트 보험급여가 올 7월 75세 이상부터 적용되는 데 이어 내년과 2016년에는 각각 70세, 65세로 낮아지는 등 최근 고령 인구 증가에 따른 지원 정책들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목표대로 국내 소비지표가 빠르게 살아날 경우 저출산, 고령화 관련주가 꾸준히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캐릭터 관련주나 제약, 바이오주 등은 신제품이 나올 때까지 연구·개발 기간이 길고 제작 비용이 높아 실적 악화에 대한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