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뉴스 멀리 보기

늦여름, 아침 바람이 귀밑머리에 머물다 가는 창가. 쪼그려 앉아 신문을 본다. 모르는 것투성이 신문. 몇 장 넘기다가, 뉴스란 뭔가 들추는 것이란 생각을 했다. 들추다가 숨기고, 또 덮어 버리고, 또 들추는 연속의 나열! 혼란스런 뉴스는 뉴스를 만든다는 생각에까지 미친다. 그것도 나쁜 것만 더. 툭, 방구석 멀리 던져보는 신문.

몇 달째, 세월호 타령에 세월만 가는 것 아닌가 생각하니 더 그렇다. 매듭짓는 일은 서로 욕심을 내려놓으면 된다. 그런데 그 끝이 없다. 아픔을 이용해 기쁨을 취하려는, 서로 자기들 몫 싸움에 아우성이다. 매 순간 떳떳한 마음을 서로 보이면 되는데, 이것이 우리 서로가 서로를 지켜줄 것인데도 말이다.

뉴스를 점점 외면하고 싶은 요즘이다. 혼자 살아야 하는가? 뉴스 접할 기회를 아예 제거해야 할까? 헛소리 같은 문자들이 눈앞에서 뱅글거린다. 그러나 뉴스란 결국 내가 만드는 것이란 결론에 고개 숙인다. 내가 사는 것 자체가 뉴스지만, 다른 뉴스를 제치고, 뉴스가 뭐든 뉴스 흐르는 대로 살고 싶은 마음을 어찌할 것인가.

좋은 것이 나쁜 것을 잡아먹고, 나쁜 것도 좋은 것 통째 먹어 치우려는, 오래된 약육강식의 법칙에선, 그랬다,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란 좋고 나쁜 것과 점점점 결별하는 것이었다. 보면 볼수록 좋은 것 나쁜 것들이 서로 섞이기만 하니, 앞 뒤 옆 위 모두 구분이 어려운 세상이다. 이럴수록 단순해지는 일이 최선인 것은 분명하다.

단순해지려니 새것도 점점 싫어져 간다. 새로워져야 한다는 일도 덩달아 멀어진다. 어제보다 오늘이 또 내일이 더 좋을 거라고? 아니, 아니다. 다른 사람, 다른 곳, 다른 때, 다른 뭐뭐 등등 그 뉴스들이란 결국 비슷한 것들일 테니까. 역사는 그 뉴스의 반복이었으니까. 내가 있거나 말거나 나와 상관없이 생겨나는 거니까.

그러나 뉴스에 매달려 사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그래 맞다! 뉴스 보는 건,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억지 소릴 내본다. 뉴스에 고개 숙인 채 중얼중얼거릴 수밖에. 어쩌면 뉴스가 나를 움직이는 힘일 수도 있는 거야, 그래, 진짜 그럴까? 그러면, 새로운 웃음소릴 내게 된다는 아주 오랫동안 내려오는 전설을 더 믿게 될까?

뉴스 따라 쪼르르 변하는 마음, 날이야 날마다 어찌 탓할 수 있겠는가. 이리저리 이런저런 곳과 것을 오가며, 보다가 가지다가, 다시 그 곁을 스치는 일이 또한 우리네 일상인 것을. 잠시 내 것인가 하여 만지는 즐거움이 곧 행복인 것을. 잠시 뉴스 멀리 보느니, 순간, 어제 아픈 것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맞아, 오늘은 그만큼 더 아픈 곳이 없으리라.

하필, 이때 배가 고프다. 뭘 먹어야지!. 후후, 참, 우스꽝스런 움직거림이다. 그래도 숨 쉬고 있어 아름답다고 끝까지 버팅겨 봐야 한다. 얼마를 견디면 이 아름다움도 사라질까. 사라져 오직 먹는 일만 남게 될까. 이조차 한 조각 구름 같은 뉴스다. 엉뚱한 내 조각 또 코앞에 두고, 괜히 창가 앉은 구름을 보며 웃는다. 하하하! 신문 멀리 툭 보는 싱싱한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