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형 펀드 17개 올 수익률 2.9% 성장형 펀드보다 1%p 낮아… 설정 이후 수익률은 격차 더 커 '자문사 7공주' 종목 집중투자, 2010~2011년에 큰 인기 외국인들 대형주 순매도하자 2011년 하반기부터 수익률 악화
우량 종목 30~40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과 100개 안팎에 분산 투자하는 것 중에 어떤 방식이 더 좋은 성과를 낼까. 전자(前者)의 수익률이 월등히 높았을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아니다. 지난 2010~2011년 이른바 '자문사 7공주'라 불렸던 종목에 집중 투자하며 큰 인기를 끌었던 압축형 펀드가 분산 투자형 펀드에 비해 부진한 성과를 내며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올해 압축형 펀드, 분산투자 펀드보다 성과 부진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설정액이 10억원 이상이고 투자 종목이 40개 미만인 압축형 펀드 17개는 2.9% 수익을 냈다. 성장형 펀드 전체의 평균 수익률(4.0%)에 비하면 1%포인트 이상 수익률이 낮다.
17개 펀드 중에서 6개는 손실을 냈다.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자(주식)A는 7월 1일 운용보고서를 기준으로 25개 종목에 투자했는데, 올해 수익률이 -5.0%였다. 다음으로 30~40개를 담고 있는 슈로더수퍼싸이클코리아자A(주식)종류A, GS골드스코프 1[주식]Class A1(자)와 투자 종목이 16개에 불과한 동부파워초이스 1[주식]ClassA도 3%대 손실을 냈다.
설정 이후 수익률은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다. 압축형 펀드는 설정 이후 평균 수익률이 30.7%인데 분산 투자 펀드는 111.5%였다. 분산 투자 펀드 중 절반은 80~100개 정도 종목을, 나머지 절반은 100~120개를 담고 있다.
◇5개에 총 자산의 30~50% 투자… 상승장 아니면 수익 내기 힘들어
2011년 중반까지만 해도 압축형 펀드는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뭉칫돈을 끌어모았다.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자(주식)A로는 2011년 5월부터 7월까지 두 달 동안 5000억원이 순유입되기도 했다.
코스피지수가 처음 2000을 돌파했던 2010년 출시됐는데, 투자 자문사들이 선호하는 7개 종목이라는 이유로 '자문사 7공주'라는 별명이 붙었던 종목을 집중적으로 매수해 운용됐다. LG화학·기아차·삼성SDI·삼성전기·삼성테크윈·제일모직·하이닉스가 바로 그 종목들이다. 당시에는 증권사가 투자 자문사의 조언을 받아 운용하는 자문형 랩 상품의 인기가 높았는데, 자문사에서 많이 사들인 7개 종목이 잇따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고 펀드 수익률도 괜찮았다.
하지만 2011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외국인들이 국내 대형주를 순매도하기 시작했고 펀드 수익률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 투자 종목이 80개 이상인 펀드에 비해 단일 종목의 주가 하락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올해 성과가 안 좋았던 펀드들도 5개 대형주에 총 자산의 30~50%를 투자하고 있다.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자(주식)A는 CJ오쇼핑·GS홈쇼핑·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삼성전자·오리온 5개 종목에 총 자산의 45.6%를 투자했다. 올해 1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분산 투자 펀드는 상위 5개 종목이 총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대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수익률 나빠지자 투자 종목 조금씩 늘려… 남은 건 17개뿐
20~3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는 좋은 성과를 내기 힘들어지자 자산운용사에서는 포트폴리오에 담는 주식 수를 조금씩 늘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40개 미만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는 50개 정도 됐지만 압축형 펀드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상품은 이제 17개뿐이다.
그러나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자문사 7공주처럼 특정 주식을 많이 담는 방식이 위험했을 뿐이지, 일관된 운용 철학을 유지하며 좋은 성과를 내는 상품들도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설정된 KDB코리아베스트자[주식] A는 올해 수익률이 9.5%, 설정 이후 수익률도 8.1%로 꾸준히 좋은 편이다. 33개 종목에 투자하고 있는데, 한 종목의 투자 비중이 총 자산의 5%를 넘지 않도록 조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