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생태적인 삶의 모습에서 배우는 사랑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본 사람은 안다. 내 아기가 소중하면 상대방의 아기 역시 어떤 아픔을 지니고 있는 아기라 하여도 그 아기가 엄마에게는 세상의 어떤 아기보다 소중한 아기임을 깨달아갈 때 진정으로 엄마의 마음이 되어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 엄마가 지니고 있는 아픔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가만히 다가가 그 어깨를 조용히 잡아줄 수 있는 마음이 된다는 사실을.

딸아이가 카카오스토리에서 친구에게 달아준 답글에 '여자 형제가 없어서 외로울 때가 많은데 자신은 딸이 둘이어서 저희 딸들은 이담에 외롭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라'는 글을 읽으면서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예쁘게 낳아서 누구보다 곱게 키워서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날 키우시면서 항상 내게 하시던 어머니의 말씀을 생각했고 과연 나는 어머니가 원하던 그런 딸이었던가 하는 반성을 하면서 딸네 집으로 달려갔다.

어머니와 나 그리고 나와 딸아이 사이에 이루어지는 교감의 부름이었다. 지금은 병상에서 가끔은 기억조차도 가물 해지곤 하시는 어머니에게로 향하는 미안스러움을 딸아이에게서 메워보겠다는 이기심이었는지도 모르지만 평소와는 달리 딸을 만나러 가는 내 마음은 이상스럽게도 서두르고 있었다.

내가 달려감으로 내 아이가 느끼는 외로움을 상쇄시켜 주고 싶다는 그 마음속에는 어머니에게 대한 미안스러움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달려간 오전에 나는 딸아이에게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여섯 살 손녀를 임신초기부터 유난스레 아끼고 사랑하던 딸아이 부부는 손녀가 어린이집에 입학할 시기를 넘기면서도 제 어미가 끼고 살았다. 그런 아이에게 왜 빨리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어차피 학교에 들어가면 엄마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아질 텐데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에게 배우는 사랑보다 엄마가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해주는 것이 훨씬 더 좋다고 하면서 손녀를 보내고 싶은 어린이집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하곤 하였다. 그때마다 나는 별난 사랑이라는 생각을 하였었는데 내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시선까지 딸아이가 성숙한 사고를 지니고 있는 엄마로 성장해 있음을 깨달았다.

학부모공동운영 어린이집을 찾아서 서울에서 부천으로 이사를 하였고 현재는 부모들이 공동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학부모 참여를 착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정상아가 아닌 어린이 한 명이 입학하였다는 말을 하였다.

그 아이의 입학 후 힘들어진 담당 선생님을 위하여 보조 선생님을 모셔 와야 하는데 그 말을 그 아이 엄마에게 어떻게 상처받지 않고 전달을 하여야 하는 가가 그 어린이집 학부모들의 고민거리가 되었고 그 아이 엄마와 나이 차이가 가장 적은 내 딸이 그 역할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그 아기 엄마에게 잘못 전달이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되기도 할 그 말을 전하기 위하여 딸은 고심하였으나 진실이 가장 상대에게 잘 전달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자리를 마련하였다고 한다. “나는 말을 포장해서 예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이 상황을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마음을 열고 이야기하고 싶고 힘들 때는 언제든지 나를 찾아와 내게 이야기하면 가슴을 열고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전하였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아이의 엄마가 눈물을 글썽이면서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다가갈 수가 없었어요. 내가 다가가면 나는 어린이집의 어린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누구의 엄마이기 때문이에요. 그 사실이 저를 너무 힘들고 외롭게 하였어요.” 하면서 펑펑 울었고 딸도 그 엄마의 손을 잡고 함께 울었다는 말을 들으면서 그 말을 전하는 눈에 눈물이 글썽이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엄마~ 그 아이가 그렇게 많이 아픈 아기가 아니에요. 상태를 보기 위해서 함께 만나자고 했는데 우리 주희가 그 아이를 잘 도와주고 그 아이가 우리 주희를 좋아해서 계속 손을 잡고 함께 놀고 있었어요. 그 아이가 우리 어린이집에 들어와서 우리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아이들이 그 아이를 도와주면서 서로 사랑을 나누는 것을 배우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헤어질 때 인사를 했는데 내 눈을 보면서 안녕을 했어요. 정말 심하면 상대방하고 눈을 맞추지 않거든요.” 눈물 젖은 눈에 웃음을 담으며 전하는 말을 들으면서, 이미 두 딸의 엄마로 성장한 딸이지만 잘 자라주었구나 하는 고마움에 감사하는 마음이 되었고 최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생태적인 삶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생태적인 삶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다. 현재 우리가 처하고 있는 지구적 생태 위기를 자각하면서 지구적인 시선으로 환경적인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길을 주변의 여러 사람과 함께 모색하고 고민하면서 행동으로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같은 시대에 사는 다른 사람들, 우리가 죽은 다음에 살게 될 후손들, 그리고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삶이란 우리 혼자만의 삶이 아니고 모든 것들이 우리들의 삶과 깊은 연결을 지니고 있음을 깨닫고 가능한 한 주변의 모든 것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자연 친화적인 삶이 생태적인 삶인 것이다. 나의 행동으로 인하여 타인이 피해를 입어도 관계없이 나 혼자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시선이 아닌 주변의 상황을 인식하는 공동체적인 사고를 지닌 삶이다.

아픈 친구가 내 아이에게 불편함을 전하는 아이가 아니고 내 아이가 아픈 친구를 도와주면서 사랑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다는 마음을 지닌 엄마들이 운영하는 공동체의 어린이집에서 성장해 가는 나의 손녀를 생각하면서 아이가 그런 사랑을 가슴에 품고 성장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였다.

아픈 친구를 위하여 함께 손을 잡아주는 여섯 살 어린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했을 때의 우리 사회의 모습도 상상해본다. “엄마가 설명해주는 생태적인 삶에 대하여 이해를 하였고 우리 주희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에는 엄마가 설명해 주시는 생태적인 삶을 조금이나마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엄마들이 모여 있네요.” 편안하고 맑은 모습으로 내게 그 말을 전하는 딸의 말을 들으면서 아침밥을 거르고 딸을 만나기 위하여 달려갔던 그 시간이 고운 사랑으로 내 가슴을 뜨겁게 적시기 시작하였다. 치밀하게 계산하는 이기심이 아닌, 바람결에도 흔들리지 않는 푸르고 튼실한 잎새로 키워내는 봄눈 같은 사랑이 가슴 깊은 곳에 보석 같은 반짝임으로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