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실직자들이 영화 <명량>을 본 이유

최근 국내 실직자로 불리는 사람들이 300만 명이 넘었다. 실직의 원인은 다양하다. 직업을 바꾸려다 다른 직장을 구하지 못해 실직자가 되거나, 회사의 사정이나 마찰로 실직자가 되기도 한다. 아마도 장사나 사업을 한다며 바삐 움직이지만, 밥벌이가 시원치 않은 실직자나 다름없는 사람까지 합하면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모두 열심히 또 행복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이다.

물론 직장을 나오더라도 이런저런 다른 이유로 일거리를 만들어 살아간다. 어떤 이는 연금생활로 살아가고 또 다른 이는 재산이 많아 돈에 구애를 받지 않아 여생을 즐기며 살기도 한다. 그러나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이들은 평생 생활고에 시달린다. 특히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 입장에선 서로 어떤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기에 그 실직의 고통이란 상상을 초월한다.

갑자기 실직하게 되면 대부분 자신의 목표지점이 흐려지거나 흔들리게 된다. 이럴 때 아름답지 못한 행위에 서슴없이 정당성을 부여하려 한다. 어쩌면 아름답고 더럽고 하는 일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그 결과 자책감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문제는 사회에 대한 배신감으로 다른 이의 마음과 몸을 다치게도 한다. 안타까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배신감이 팽배할 때마다 여론은 결국 여의도 지도층에게 향하곤 한다.

어느 사회건 자본주의 정책 중심의 정권은 실직 문제를 사회보장제도를 지속해서 보완 정비해 나아가려 한다. 또한, 공산주의 정책을 중요시하는 정권은 실직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보장제도를 완성해 나아가려 하는 것을 추구한다. 어떤 이유든 인간 본연의 행복 추구권을 보장하려 하는 것. 물론 역사 흐름은 이러한 두 정책이 어울리는 화합의 완성도로 향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한반도는 양극의 화합보다 그 끝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북측은 그렇다 하더라도, 더 문제는 이를 활용해 정권을 유지하고 잡으려 하는 우리네 실정이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더 안타까움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지속적인 정책을 이끌 안정적 상징의 구심점 만들기가 부족에 있어 보인다. 서로 구심점 되기 위한 다툼의 소용돌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실직자들이 영화 <명량>을 본 이유도 이러한 구심점 부족에 대한 돌파구의 염원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마, 자신을 희생해서 많은 사람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려는 한 지도자의 모습을 현실에서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자기 희생이 최선의 답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요, 누구에게나 습관처럼 말하는 내용이요, 저마다 그러하고 싶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실천은 뒷전으로 미루고 여의도에서 말로만 떠드는 아니 사회 지도층의 일부 지도자들이야말로 진정한 실직자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나만 하고 있는 엉뚱함일까? 그 지도자들이야말로 일할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가슴 아픈 사연의 실직자 표와 세금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실직자 대부분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열심히 일하고 싶은 실직자를 위한 민생 중심의 법안들이 많이 만들어지길 기대하면서 <세계인권선언> 제23조에서의 내용을 다시 읽는다. ‘모든 일하는 인간은 자신과 가족에게 인간적 존엄에 합당한 생존을 보장해 주며, 필요할 경우 다른 사회적 보호의 수단에 의해서 보충되는, 정당하고 유리한 보수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반드시 이 권리가 지켜지는 사회가 되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