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펀드, 배당주 바람불자 우선株 매집 과열

올 초 한 국내 연기금은 주식 운용을 맡긴 자산운용사에 우선주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사지 말라고 요청했다. 한 펀드 내에 편입한 우선주가 순자산의 5%를 넘지 않도록 하라는 내부 규정도 만들었다. 다른 연기금의 주식운용팀 관계자들도 요즘 펀드매니저들이 우선주를 지나치게 많이 담는 것이 우려된다고 입을 모은다. 펀드에 우선주를 담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거나 새로운 현상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그 규모나 속도가 과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주가 덩치가 작은 만큼 오를 때도 빨리 오르지만 내릴 때도 빨리 내리기 때문. 올라갈 때의 수익률을 보고 투자한 투자자들이 생각지 않은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배당주 열풍에 펀드매니저들, "우선주 일단 담고 보자"

우선주는 보통주와는 달리 의결권이 없지만 배당을 좀 더 받을 수 있는 주식의 한 종류다. 삼성전자우, 현대차우, 현대모비스우 등 종목명 뒤에 '우'가 붙는다. 최근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우선주 인기도 치솟고 있다.

올해 배당주펀드로는 1조6000억원이 들어왔다. 기업들이 배당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5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배당주펀드로만 자금이 몰렸다. 이 때문에 자산운용사에서는 앞다퉈 배당주펀드를 출시했는데, 배당 수익률이 높거나 증가할 가능성이 큰 기업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대다수 펀드가 우선주를 일단 편입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일반 액티브펀드도 우선주 편입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주가지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결정 나는 인덱스펀드와 달리 액티브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 투자 종목을 선택하는 펀드다. 한 국내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최근 우선주를 편입하면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면서 "액티브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이 일단 사놓고 보자는 식으로 우선주에 달려들다 보니 주가가 더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액티브펀드 68%, 순자산 대비 우선주 비중 늘어

펀드 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이 10억원 이상인 국내 액티브펀드 359개 중에서 245개(68%)는 올해 순자산에서 우선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말보다 늘었다. 순자산은 설정액에 운용 수익이나 손실을 합한 것이다.

한화코리아레전드증권자투자신탁 1(주식) 종류C는 순자산에서 우선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말 0.49%였는데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12.8%가 됐다. 12.3%포인트가 늘어난 것이다. 미래에셋개인연금증권전환형자투자신탁 1[주식], 미래에셋라이프사이클2030연금증권전환형자투자신탁 1(주식)도 우선주 비중이 반년 동안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편입 비중을 두 배 이상 늘린 펀드는 96개나 됐다.

이렇다 보니 우선주를 가장 많이 순매수하는 주체가 외국인에서 기관으로 바뀌었다. 기관은 시가총액 상위 50개 대기업의 우선주를 작년 한 해 동안 순매도했지만 지난 6월부터는 순매수하기 시작했다. 8월 들어서는 누적 순매수 금액이 외국인을 뛰어넘었다.

◇우선주 이미 고가(高價)… 주가 급락 우려

일부 우선주 주가는 이미 보통주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다. LG전자의 우선주는 작년 말 주가가 2만6350원으로 보통주(6만8100원)의 38.7% 수준이었지만 24일 기준으로는 55.5%까지 상승했다. 아모레퍼시픽 우선주 주가도 작년 말 보통주의 42.1%였지만 48.4%로 올랐다.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저렴한 가격에 배당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는데 최근 주가가 오르면서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주가가 고점을 찍고 언제 하락할지 모른다는 것도 위험 요인이다. 만약 펀드에서 환매가 시작되면 매니저들은 담고 있던 종목을 팔 수밖에 없고 우선주 주가가 하락하게 된다. 우선주는 보통주에 비해 발행 물량이 적어 원하는 가격에 거래하기가 더욱 힘들고 주가가 보통주에 비해 급속하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앞으로는 유통 물량이 충분하고 실제로 배당을 늘린 우선주에 선별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