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9.25 10:21

순창군청 귀농귀촌계에 가면 유독 젊은 한 청년이 있다. 성난 사람의 화도 금방 누그러뜨릴 것 같은 환하고 앳된 미소를 가진 서른다섯살의 한용희씨. 8년동안 경기도 부천에서 자동화 기계설계 회사를 다니다 2013년 4월 순창으로 온 그는 현재 순창군 귀농귀촌계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하루 평균 5건의 전화와 방문상담을 하며 귀농귀촌희망자들의 길잡이를 자처하는 그의 얘기를 엿들어 보자. 

순창군 농업기술센터 친환경농업과 귀농귀촌계 상담사 한용희 님

Q. 귀농귀촌 희망자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과 그에 대한 해결방안이 있다면?

A. 상담오시는 분들이 궁금해 하는 일순위는 빈집구하기입니다. 연고자들은 연고지의 빈집이나 가족의 집을 활용할 수가 있고, 비연고자들은 시․군의 빈집정보와 예비 귀농인의 집을 활용하거나 동네 이장님을 통한 정보구하기, 또 직접 발품을 팔아 빈집에 대한 정보를 구할 수 있습니다. 여유자금이 있는 분들은 토지를 구해 집을 신축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여유자금이 없거나 인맥이 없는 분들이 상당수이기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게 현 실정입니다. 연고가 없는 분들은 어떻게든 자신만의 인맥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것입니다. 인맥을 형성하고 그 정보를 활용한다면 의외로 쉽게 집을 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은 순창의 땅은 한정되어 있고 빈집 또한 그 수가 갑자기 변하지는 않습니다. 집은 비어있지만 실제적으로 거래하지 않는 집들 또는 군에서 발굴하지 못한 빈집을 본인이 발품 팔아 발견하고, 본인의 집으로 만드는 일은, 의외로 쉬운 일일 수도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또 희망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지원내용과 재배작물에 관한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상담 시, 처음 3개월은 무언가를 바라고 얻기보다, 무조건 그냥 배우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겪은 실수와 경험은 오픈하라고 말합니다. 그 문을 닫게 되면 마을도, 지역도 그렇게 되기 마련이니까요.

Q. 자신만의 상담 노하우가 있다면?

A. 저는 제 사례를 예로 들면서 귀농귀촌인의 입장에서 상담을 해 드립니다. 저 역시 30대로 접어들면서 귀촌을 생각하기 시작했고 시행시기를 40대쯤으로 생각했지만, 좀 더 앞당겨왔고 현재 이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작년 12월에 저와 맞는 마을을 찾아 이사했습니다. 밭에서는 고추와 참깨, 와송을 재배합니다. 20여가구가 사는 마을에서는 외지인이었던 저를, 살갑게 받아주셨습니다. 마을에 적응하며 농사를 직접 지어보니, 농사는 몸이 아니라 마음의 준비가 먼저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마을 어르신들께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현재 상담업무와 농사라는 두 개의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처음 농촌에 오시는 분들은 저처럼 투잡으로 시작해 보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농사는 잘 모르겠고, 마냥 손만 빨며 생활할 수는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무엇이든 해보아야 합니다.

Q. 상담 이후 실제로 귀농하신 분들을 볼 때 어떤지?

A. 본인들이 처음 의도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처음 시작하는 단계라는 것을 감안하고,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이 있을 것을 대비해 의연하게 대처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순간이 지나면 좋은 날들이 따라오기 마련이니까요.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무조건 지원정책에 기대기만 하면 안 됩니다. 그러다 보면 불만밖에 생기지 않지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얼까부터 고민해야 합니다.

Q. 순창군만의 특색 있는 귀농귀촌 정책 소개 부탁드려요.

A. ▲귀농귀촌지원센터 장․단기 교육을 통한 연착륙. ▲귀농귀촌인 이사비 100만원 정액지원. ▲귀농귀촌인 주택신축 수리 사업비 70%, 최대 500만원. ▲귀농인 소득사업 지원 사업비 50%, 최대 1000만원. ▲귀농귀촌인 집들이비 50만원 한도 지원.

이러한 정책들과 함께 귀농귀촌하신 분들이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책이 있기전에, 직접적인 관계가 이루어져야 귀농귀촌인들이 잘 따라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순창군에도 면단위의 귀농귀촌협의회가 생겨 소규모 모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Q. 귀농귀촌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A. 젊은 청년들에게

생각하기 시작한 순간이 적절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준비를 하고 오면 더 좋겠지만 그것은 귀농귀촌 생활을 시작하는 시점에만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대신 스스로에 대한 분석을 철저히 하고 와야 할 것입니다. 도시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해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남으로 인식되는 순간 그들과의 관계는 무의미해지고, 그들 속에서 나란 존재 또한 무의미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골은 내가 아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경우가 더 많아집니다. 나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해보지 않는다면 그 속에서 어울리기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을 잘하며, 어떻게 하면 관계 속에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면 농촌에 스며들기는 쉬울 것입니다.

퇴직 후 내려오시는 어르신들에게

먼저 그동안 경제발전과 자녀분들 뒷바라지 하는데 고생하신 점 감사히 생각합니다. 고향으로 내려오시거나 시골생활을 하셨던 분들이 내려오시면 다른 분들보다 적응하기가 수월하나, 실상은 그렇지 않은 분들이 순창으로 오셔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하십니다. 제가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은 그분들에게 해 드리는 말씀입니다. 바쁘게 살아오셨겠지만 농촌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좀 더 여유를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농촌에 와서도 빡빡한 계획을 하고, 실행에 옮기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그 계획을 이루시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노력은 본인들의 문제이지만, 시간은 불가항력 적으로 계속 흐릅니다. 예를 들어 보통 3년 정도 걸릴 일을 1년 계획으로 잡고 오신다면 그 분은 1년 후 틀림없이 귀농에 실패했다고 자책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본연의 3년이란 시간을 지나면 그 분은 자신의 계획과 수확에 뿌듯함을 느끼실 것입니다. 계획을 잡고 귀농귀촌을 생각하실 때, 가급적 시간에 대한 계획을 여유롭게 가지고 오신다면 새로운 삶을 설계하는 데 좀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들이 전하는 귀농귀촌 이야기

Q. 이외,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요즘 귀농귀촌이 이슈화 되고, 매스컴이나 각종 귀농귀촌 박람회를 통해 많은 홍보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입니다. 안타까운 점은 귀농귀촌이 상품화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지자체들은 귀농귀촌인이 절실하고 도시인들은 도시를 떠나 좀 더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맞아 들면서, 어느 순간부터 도시인들이 자신들이 살 시골을 어느 순간부터 상품 고르듯 고르고 있는 모습들을 보았습니다. 저 또한 순창으로 오기 전 그런 마인드를 갖고 1년정도 전국을 돌아볼 계획이었습니다. 나한테 맞고 내가 원하는 것을 채워줄 곳이 어디인지 찾아볼 계획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직접 내려와 1년 정도 상담일을 하면서 그동안 제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바로, 내가 어떻게 하면 시골에 맞춰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 고민을 먼저 했더라면 조금 더 내가 맞춰가는 삶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가려는 지역은 3만 피스 퍼즐입니다. ‘나’란 조각을 3만 피스 어느 곳에 맞출지는 각자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나에게 맞는 조각을 찾아 맞출 것인지, ‘나’란 조각을 깎고 다듬어 주위에 있는 조각에 맞출지에 대한 선택은 본인들에게 주어졌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자신이 의도한대로 농촌에서 잘 살 수 있을지를 잘 생각해 보세요.


자료제공·전라북도 귀농귀촌 지원센터

조선일보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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