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공무원·김밥집 주인… 어려운 이웃 더 도우려 音맞췄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대강당에 중장년층 합창단원 130여명의 화음이 울려 퍼졌다. 검은색 상의와 분홍색 긴치마를 입은 여성 단원들, 연미복 차림의 남성 단원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아침 이슬' '상록수' 등 가수 양희은의 노래 5곡을 연달아 불렀다.

이날 서울시가 주최한 '2014년 서울사회복지대회'에서 무대에 오른 이들은 서대문구 민관 복지담당자들과 주민들로 꾸려진 '좋은 이웃 하모니 네트워크' 합창단이다. 단원은 문석진 서대문구 구청장, 구청·주민센터 복지담당 직원, 14개동 지역사회복지협의회 위원들, 어려운 이웃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은행 지점장, 약사, 김밥가게 사장님, 10년 넘게 무료급식 자원봉사를 해온 어머니 등 각계각층이 망라돼 있다. 이날 좋은 이웃 합창단은 창단 5개월여 만에 첫 무대에 섰다.

합창단은 이중명 서대문구 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이 회장이 "어려운 동네 이웃을 더 많이 발굴·지원하려면 민관이 정기적으로 만나 교류해야 하는데, 모이면 회의밖에 안 한다. 노래로 만나면 흥도 나고 협력도 잘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고, 지난 4월 합창단이 탄생했다.

막상 합창단은 꾸려졌지만, 화음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한두 소절도 여러 번 반복해야 겨우 음이 맞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단원들 사이에선 한숨이나 비난 대신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영숙(65·홍은2동)씨는 "휴대폰에 노래를 녹음해 집안일 하며 틀어놓고 흥얼거린다"며 합창단 활동이 생활에 활력소가 된다고 했다.

80여명으로 시작한 합창단은 130여명으로 늘었다. 합창단은 오는 27일 신촌 연세로에서 열리는 '사회복지 박람회'에서 두 번째 무대에 오른다. 이어 1인당 김치 2㎏씩을 담가 어려운 130가구에 나눠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