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베트남 영화부터 셰익스피어까지… 달아오르는 釜山

부산 스크린이 다시 불붙는다. 다음 달 2일 개막, 10일간 계속되는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79개국 314편의 작품이 관객을 기다린다. 23일 시작된 특별예매에서는 개막작 '군중낙원'(대만)이 2분 23초, 폐막작 '갱스터의 월급날'(홍콩)이 5분 58초 만에 매진됐고, 일반예매가 시작된 25일에도 탕웨이 주연 '황금시대', 장이머우 감독 '5일의 마중' 등 화제작들의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놀라운 열기를 불러온 이번 영화제의 라인업은 프로그래머들의 작품. 영화제 프로그래머 7인 전원이 각자 3편의 영화를 추천하고, 그중에서도 꼭 봐야 할 영화를 딱 한 편씩 골랐다〈표 참조〉. 전 세계를 돌며 데려온 자식 같은 작품 속에서 눈 딱 감고 집어낸, 이번 영화제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라 할 만하다.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의 '번식기'=부산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부산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독특한 베트남 영화. 시한부 인생 아버지는 지적 장애를 겪는 아들과 딸에게 자신의 죽음을 준비시키려 한다. 대를 잇고 싶은 아비의 욕망은 죽음이 다가올수록 광기로 바뀐다.

◇홍효숙(와이드앵글)의 '바다의 노래'=가족 영화로 단연 첫손에 꼽고 싶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 도시로 보내졌던 아이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행 속에서 아일랜드 설화 속 신들을 만난다. 자연스레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아름다운 애니메이션.

◇이수원(유럽·아프리카)의 '팀북투'=칸에서 열광적 반응을 얻었던 아프리카 영화. 평화롭던 말리의 도시 팀북투. 노래도 금지, 축구도 금지시킨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폭압 속에 삶은 망가져 간다. 아름다운 자연과 시적 정서가 빼어난 영상미 속에 녹아들었다.

◇박도신(북미·영국)의 '심벨린'=셰익스피어의 희곡 '심벨린'을 현대화한 작품. 바즈 루어먼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고어(古語)를 그대로 쓰면서, 주인공인 왕을 바이크 갱단 두목으로 바꾸는 등 배경만 현대로 세련되게 옮겨 왔다. 원작과 비교하며 보면 더 재미있다.

◇남동철(한국)의 '그들이 죽었다'=상업영화에 캐스팅되지 못한 무명 배우인 주인공은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찍다 포기하고, 스스로 시나리오를 준비한다. 영화라는 매체에 관한 고민이 담긴, 영화 만드는 사람들, 꿈을 좇는 청춘들에 관한 자전적 이야기.

◇박진형(중남미)의 '침묵의 시선'=인도네시아 군부독재 시기 학살을 자행했던 사람들은 스스로를 국가의 영웅이라 자부한다. 반면 가족을 잃은 이들의 기억은 참혹하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긴장을 힘 있게 담아낸, 다큐멘터리 팬이라면 꼭 봐야 할 수작.

◇김영우(아시아)의 '내 생애 첫 번째 마가리타'=기존 발리우드 영화와 전혀 다른 구성과 만듦새를 보여주는 색다른 웰메이드 인도 영화. 여성과 장애인의 성과 사랑, 동성애 등 무거운 주제를 세련되고 경쾌하고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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